일본과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이 수도권 규제를 푸는 사이 여전히 ‘개발연대’ 시절에 제정된 수도권 규제를 고집하는 것은 사실상 우리나라뿐이다. 일본은 지난 1950년대에 도입한 수도권 규제로 도쿄의 성장 잠재력이 악화됐다고 판단해 1990년대부터 수도권 규제 완화에 나섰다. 2000년대에는 수도권 구시가지의 공장 설립에 관한 법을 폐지하고 도시재생특별조치법을 제정하면서 잃어버린 20년에 대한 반환점을 맞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도 런던과 파리를 ‘기업 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며 인공지능(AI) 기업 등 4차 산업혁명의 전진기지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수도권 규제를 대폭 줄였다.
이미 국내 유수의 연구기관들도 수도권 규제 완화 시 일자리 창출과 경기 활성화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경기개발연구원은 수도권 신증설 규제 완화 등으로 94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내총생산(GDP)이 4.7% 성장할 것으로, 노사정위원회는 연간 총생산액이 16조3,000억원 늘어나고 국세도 3조1,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 정부는 그럼에도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대원칙의 울타리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김경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청원입법한 지역특화발전특구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법안에 따르면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을 지역혁신성장특구에서 제외했다. 국토균형발전을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를 반영한 셈이다. 수도권 규제를 담고 있는 법안만 9개로 중복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기본법을 비롯해 수도권정비계획법,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지역균형개발 및 중소기업육성에 관한 법률 등이다.
“노무현 정부 때 정책을 다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푸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에서는 세종 분권을 고민하면서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을 추진했다”며 “지금은 그보다 못한 선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도권을 조인다고 지방으로 혜택이 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답답한 규제를 피해 해외로 나가는 게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경기개발연구원의 조사 결과 경기도 내 기업 141개가 지방으로 이전한 사이 1만6,738개가 해외로 이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형윤·김우보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