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이프타르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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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기독교의 성일(聖日)이라면 라마단은 이슬람의 성월(聖月)이다. 무슬림이 13만명인 우리나라에서도 라마단 기간에 금식한다는 것은 이제 꽤 알려져 있다. 한 달 내내 일절 먹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금식은 해가 떠 있는 동안만 한다. 해가 지면 ‘이프타르’라는 저녁 식사를, 반대로 일출 직전에는 ‘수후르’로 부르는 아침 식사를 한다. 수후르가 죽 같은 간편식이라면 이프타르는 푸짐한 상차림이다. 이때 가족은 물론 이웃이나 친구를 초대해 시끌벅적하게 성대한 만찬을 즐긴다고 한다.


이슬람 달력 9월에 해당하는 라마단은 선지자 무함마드가 천사 가브리엘라에게 첫 계시를 받은 달을 기리기 위한 일종의 종교의례다. 라마단의 금식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신앙심에 대한 자기시험이 첫 번째다. 금식과 금욕이라는 절제로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스스로 테스트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관용과 나눔의 실천이다. 굶는 경험을 통해 배고픈 이웃을 되돌아보고 가진 것을 나누라는 의미다. 라마단 기간 중 식품·선물 특수가 이는 것은 그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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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들은 라마단 기간 이프타르 행사에 참여하면서 이슬람과의 우호를 돈독하게 다진다고 한다. 각국 외교당국도 마찬가지다. 우리 외교부도 2004년 이래 매년 라마단 기간에 주한 이슬람 국가의 외교 사절과 경제인 등을 초청해 이프타르 만찬을 해왔다. 지난달 29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각계각층의 주한 무슬림 인사를 장관 공관으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했다.

미국은 대통령이 직접 나선다.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처음으로 백악관 이프타르 만찬 행사를 개최했는데 이후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전통을 이어받았다. 부시는 9·11테러 직후임에도 연례행사를 거르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해부터 백악관 전통을 건너뛰어 빈축을 산 바 있다. 그런 트럼프가 지난주 이프타르 만찬 행사를 열었다. 유대인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고문도 참석했다고 한다. 미 언론들은 놀랍다는 반응 일색이다. 대선 때부터 반 이슬람 정서를 드러내다 급기야 미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긴 트럼프가 아닌가. 백악관 전통의 계승인지, 기울어진 중동정책을 수정하려는 신호인지 알 수는 없다. 또 무슨 거래를 하려 들지도 모를 일이다. 거래의 달인답게 행보가 워낙 변화무쌍하니 하는 말이다. /권구찬 논설위원

권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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