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브라질 경제가 요동치면서 투자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원·헤알화 환율이 시장의 기대 이상으로 폭락하자 위험한 저점 매수를 노리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는 것. 이 같은 현상은 브라질 뿐 아니라 베트남 등 최근 높은 변동성을 나타내는 신흥국 투자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증권사 등 판매사는 해외상품을 ‘고위험 투자’로 분류하고 신중한 투자를 권하고 있지만 신흥국 시장 불확실성 속에 ‘저가·단기 매수’를 노리는 투자자가 늘고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여기다 이번 주 미국의 금리인상이후 추가로 신흥국의 위기를 초래 할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통화가치 급락과 자본유출에 시달리고 있는 신흥국들이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으로 최악의 경우 연쇄 디폴트(채무불이행)로 이어지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6월 위기설’의 우려를 커지게 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한다.
10일 금융투자(IB)업계에 따르면 지난 해부터 올해 1년 5개월 간 국내 주요 증권사(NH, 삼성, 한국투자, KB, 신한, 하나 등)에서 판매된 브라질 국채는 5조원에 달한다. 이 중 80% 상당은 지난 해 1년간 팔린 금액으로 올해는 판매 열기가 크게 줄었다.
올해 들어 판매 규모가 급감한 이유는 환율 하락 때문이다. 올해 1월께 320원 수준이던 원·헤알화 환율은 2월께 소폭 상승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걸었다. 일부 투자자들은 환율이 저점 시기에 추가매수를 노렸지만 하락세가 계속돼 지난 7일(현지시간) 달러당 3.9076헤알(1헤알 당 274.53원)로 2016년 3월 이후 2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환율 하락으로 지난 해 투자에 뛰어든 개인들은 손실이 크다. 대개 증권사는 브라질 국채를 환율보다 금리를 노린 투자로 설명한다. 국내 정기예금 1년 금리가 2% 내외인 반면 브라질 국채는 표면금리가 연 10%로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브라질 정부가 단기성 외환거래에 부과하는 세금을 폐지해 비과세 혜택도 크다. 하지만 올해는 증권사가 간과한 환율이 투자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 해 6월 341원이던 원·헤알화 환율은 1년 사이 20% 가까이 하락하면서 환차손은 20%에 이른다. 자본차익과 이자수익으로 감당하기엔 한계에 직면한 셈이다.
펀드 투자자도 고전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국내 10개 브라질펀드는 평균 -24.80%의 손실을 냈다. ‘미래에셋브라질’ ‘멀티에셋삼바브라질’ 등 일부 펀드 손실은 -27%에 달한다. 시장이 예측하지 못한 정치 불확실성 확대 때문이다. 브라질 만성 재정 적자 원인인 연금개혁이 연기되고 브라질 트럭 운전사의 파업으로 정부 지출액 증가와 보건·인프라 분야 예산이 축소될 것이란 예측도 나오면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한 것. 최보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정치불확실성과 함께 파업 이슈가 겹치면서 지수와 환율이 모두 불안정한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며 “물류·운송 부문을 포함한 주요 산업에서 원활한 활동이 진행되지 못하면서 경제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브라질 뿐 아니라 신흥국 전반에서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베트남의 경우 지난 해 해외비과세펀드 혜택 일몰을 앞두고 가장 큰 인기를 누렸지만 지난 달 폭락장을 경험했다. 수익률은 한 달 사이에 10%~-10%를 넘나드는 높은 변동성을 나타냈다.
상황이 이렇자 투자자들은 지난 해 상반기 신흥국 투자를 긍정 일변도로 전망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판매사에 높은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지난 해 국내 주요 증권사 지점은 대개 투자자들과 상담 시 해외 투자를 ‘고위험 상품’으로 소개하지만 상담 과정에서 투자 시 장기 수익은 보장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사례가 많았다. 브라질, 베트남 등 신흥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크게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여유자금이 아닌 목돈을 투입할 경우 장기간 신흥국의 높은 변동성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짧은 시일에 수익을 내길 원하는 투자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준 금리인상, 달러화강세로 신흥국 불안감이 높아지고 신흥국 증시 하락으로 베트남 시장도 폭락했다”며 “신흥국 및 대외환경 불안이 여전한 상황에서 단기적 관점의 투자자라면 최근 일부 증시 반등에도 불구하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