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형 연좌제’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배우 고(故) 조민기의 딸 조윤경씨와 조재현의 아들 조수훈씨가 각각 아버지의 ‘미투 사건’ 이후 다른 입장에 놓였다.
조수훈은 지난 1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오늘도 왔어요. 일단 발로 뜁시다”라며 영상 하나를 게재했다.
해당 영상은 조수훈이 운영하고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의 홍보차 올린 것. 앞서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자리가 없어요. 나이스~’, ‘촬영 시작~’ 등 가게 홍보와 관련한 내용을 지속적으로 올렸다.
이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아버지 조재현의 성추문 사건 이후 어떠한 사과나 입장 정리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 가족이 ‘가게 이익’을 운운하고 있는 것이 경솔함으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
조수훈의 SNS 활동은 고 조민기의 딸 조윤경과는 다른 분위기다. 조윤경은 지난 9일 자신의 SNS에 “우선 누군가의 딸로 먼저 얼굴이 알려진 저로서 아무 말 없이 제 SNS 활동을 시작한다는 것이 무책임하다 판단하여 이렇게 글을 쓴다”며 조민기 사망사건 이후 자신과 가족들을 둘러싼 비난에 심경을 밝혔다.
이어 “저로 인해 다시금 좋지 못한 기억이 떠오르거나, 다시 부정적으로 회자 될 피해자분들을 위해 저는 제 계정을 비공개로 돌렸다. 그리고 원래 하던 학업에 집중하고 내년에 가게 될 대학원 박사 과정을 위해 성실히 준비해가고 있었다”고 SNS 계정을 비공개로 바꾼 이유를 설명했다.
여기에 그는 “그러나 이렇게 다시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내가 오늘 하루아침에 연예인 지망생이 돼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꿈은 화장품을 만드는 사람은 맞다. 과학 쪽으로 깊이 있는 공부를 통해 피부에 관련된 질병까지 치료할 수 있는 화장품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출처 불분명한 이야기를 통해 나는 하루아침에 티비에 나오고 싶어했지만 무산된 사람이 돼 있었다”고 자신에 대한 오해가 퍼졌음을 알렸다.
또한 “부족한 저이지만 감사하게도 당시 나의 유학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궁금해해주시는 분들이 많았고, 나 또한 제 대학원 생활 및 공부 과정에 대한 공유를 위해 브이로그를 시작하고 싶었다”며 “하지만 내가 영상 편집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센스도 부족하기 때문에 관련 기획사와 몇 번의 콘택트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나의 콘텐츠는 내가 시작하고 나만의 색을 갖춘 후에 계약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 스스로 생각을 바꿨다”고 전했다.
조윤경은 마지막으로 “나를 향한, 또 우리 가족을 향한 쓴소리들 모두 읽어보고, 나 또한 이를 통해 많은 것들을 다시 생각해봤다. 그러나 사실이 아닌 도 넘은 댓글과 글들에 대해서는 이제 대처를 하려고 한다”며 “이 글을 통해 또 다시 이야기가 나오고 상처받으실 분들에게도 정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조윤경의 글을 본 네티즌들은 “당사자가 아닌데 이런 식으로 굳이 연좌제를 적용시킬 필요가 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는 조수훈의 경우와 달리, 조윤경의 글에서 조민기가 다하지 못한 ‘사과’가 진심으로 전해졌다고 본 것일 터.
‘미투’와 관련한 성추문 사건은 명확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법적으로 처분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에 분노가 가라앉지 않은 대중들은 도덕적인 질타라도 가하고자 ‘미투형 연좌제’를 알게 모르게 행하고 있는 분위기.
이를 ‘받느냐 안 받느냐’는 가족들의 언행에 달려있기도 하다. 조윤경과 조수훈의 차이는 ‘피해자에 대한 의식’에 있다. 당사자도 아니고 가족이 평생 ‘미투’만을 생각하고 살수도 없는 노릇이긴 할 테지만, 조윤경은 최소한의 ‘무거운 마음’을 드러냈고, 조수훈은 그 최소한의 입장조차 보이지 않았다. ‘의무’는 아니지만 ‘도리’는 하는 게 진심으로 ‘미투’를 대하는 태도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