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북미정상회담]트럼프 '거래의 달인'…김정은은 '실용주의자'

■두 정상 협상스타일은

12일 오전9시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은 ‘협상의 달인’과 ‘실용주의자’의 담판이었다. 회담이 열리기 전까지는 두 정상 특유의 충동적이고 공격적인 성향이 국익 앞에서 ‘강 대 강’으로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회담장에서 처음으로 조우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부드러운 미소와 눈빛을 교환하며 첫 만남을 시작했다. 두 사람 모두 개인적인 캐릭터보다는 협상의 성과를 극대화해 실리를 추구하려는 현실 중시 지도자의 모습을 보인 셈이다.

협상의 달인으로 불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여러 정상을 만날 때마다 초반에 기선을 제압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취임 직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수십 초간 손을 꽉 잡고 악수를 해 아베 총리를 당황하게 했던 장면이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 간 만남에서 등을 툭툭 치거나 공동 기자회견 도중 경청하지 않는 행동 등을 두고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수차례 나오기도 했다. 극단적인 사례를 들며 상대를 위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일명 ‘미치광이 전략’으로 불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동 패턴은 김 위원장을 상대로 한 이번 회담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자극하는 행동을 전혀 하지 않으면서 ‘부드럽고 따뜻한 지도자’의 면모를 보였다. 표정은 시종일관 진지했으며 어느 정도의 긴장감을 유지한 채 김 위원장의 말을 경청했다. 스스로 수차례 강조했던 ‘역사적인 만남’인 만큼 협상을 반드시 성공으로 마무리 짓기 위해 주도면밀한 준비를 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상대 위협 모습 등 자제

김정은도 ‘독단적 성향’ 안 보여

양측 부드럽고 우호적 분위기로

협상 성과 극대화해 실리 추구




김 위원장 역시 북한 정권의 절대 권력자로서 일각에서 우려된 독단적 성향은 보이지 않았다. 정 박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김정은이 어린 시절부터 세습 권력자가 되기 위해 받아온 교육의 결과 공격적 성향이 강하다고 평가하기도 했지만 이날 김 위원장은 긴장감이나 경계감을 보이지 않고 부드럽게 트럼프 대통령을 대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만나서 반갑습니다, 대통령님(Nice to meet you, Mr President)”이라고 영어로 인사를 건네며 우호적인 분위기를 이끌기도 했다.

관련기사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도 할아버지 김일성,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은둔하기보다는 제조공장이나 농장 등 실익이 있는 곳을 수시로 방문하는 파격적인 노출 행보를 이어왔으며 문재인 대통령과의 두 차례 정상회담 과정에서는 연장자에게 깍듯하게 예의를 갖춰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에서도 이 같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싱가포르=특별취재단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정영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