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여름이 왔나 싶을 만큼 푹푹 찌는 날씨지만 낮이 가장 긴 하지가 있는 6월은 초여름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시기다. 어슴푸레한 빛이 남아 있는 오후7~8시 무렵, 풀 내음을 맡으며 거리를 산책하다 보면 ‘이런 게 바로 행복이 아닐까’ 싶을 만큼 소박한 감상에 젖기도 한다. 에어컨 없이는 견디기 힘든 한여름이 오기 전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6월에 걷기 좋은 여행지’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6·25전쟁과 분단의 상흔이 고스란히 새겨진 강원도 철원의 한여울길 5코스는 4.8㎞의 짧은 산책길이다. 가족 단위의 여행객도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소이산 산책로를 비롯해 생태숲길·지뢰꽃길 등 다채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특히 모내기를 마친 철원 평야와 녹색의 신록으로 우거진 비무장지대(DMZ), 북녘땅까지 훤히 내려다보이는 소이산 정상은 천혜의 전망대다. 격동의 시대를 지나 한반도에 평화의 문이 열리는 지금 이 순간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여행지다.
강동사랑길은 울산광역시 북구 강동동의 해변 근처에 조성된 길이다. 모두 7개 구간으로 나뉘어 있는데 그 가운데 3구간인 ‘연인의 사랑길’은 제전마을 뒷산인 옥녀봉 산길을 돌아내려 오는 코스다. 제전마을의 제전포구가 이 3구간의 시작점이자 종점이다. 산으로 올랐다 내려오는 길이지만 고도가 급격하게 높아지지도 않고 험한 길도 없어 산책을 겸한 걷기에 적당한 길이다. 일심전망대와 옥녀봉에서는 푸른 동해의 경치도 만끽할 수 있다.
탄금대에서 충주자연생태체험관을 잇는 충주 중원문화길 1코스 생태탐방길은 남한강을 옆에 두고 보면서 물길을 거슬러 오르는 약 7.8㎞ 코스다. 출발지점인 탄금대는 신라 시대 우륵이 가야금을 연주하던 곳이자 임진왜란 당시 신립 장군이 배수진을 치고 적과 싸우다 전사한 장소로 잘 알려져 있다. 오래전 어느 날 남한강에 내려앉은 가야금 소리 위에 나라를 위해 죽어간 전사의 넋이 물결과 함께 출렁인다. 도착지점인 충주자연생태체험관은 생태전시실과 미니동물원·앵무새놀이터·옥상정원 등으로 꾸며져 있다.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