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규제개혁 과제 제출·건의만 38번...이젠 제발 해결 좀 해달라"

박용만, 김동연 만나 '일침'

굼뜬 개혁 오죽 답답했으면...혁신案 역제안

박용만 회장박용만 회장



박용만(사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15일 정부의 ‘혁신성장’을 책임지고 있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찾아가 지지부진한 규제개혁 움직임에 일침을 가했다. 박 회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부총리 집무실에서 김 부총리와 만나 “회장 취임 이후 규제개혁 과제 제출만 23번, 과제 건의까지 포함하면 총 38번이나 했지만 기업들은 현장에서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는 과제 발굴보다 해결방안 마련에 치중할 때”라고 꼬집었다.

박 회장은 규제개혁을 막는 요인과 이를 해소할 방안을 담은 ‘규제개혁 프로세스’ 보고서도 전달했다. 진척이 더딘 규제개혁을 보다 못한 경제단체가 아예 규제개혁 방식을 정부에 역제안한 것이다.

박 회장이 전달한 보고서에서는 규제개혁을 막는 근본원인으로 공무원의 규제의존증과 보신주의를 지목했다. 규제의 수혜를 받는 기득권층과 국회·정부 등 규제개혁 결정권자들의 포퓰리즘 등도 원인으로 꼽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수차례 정부와 국회를 찾아가 규제개혁을 요청했던 박 회장이 오죽 답답했으면 그랬겠느냐”고 말했다.


박용만 회장이 김동연 부총리에게 규제개혁을 강하게 요청한 것은 기업들이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불필요한 각종 규제가 갉아먹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상의는 “국내 기업들은 경쟁국보다 불리한 규제 여건에서 신사업 추진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주요국들은 자국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환경에서 사업적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서는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규제가 혁신기업 도약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상의는 국회에 전달한 정책제언집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쌀’로 불리는 빅데이터 활용을 가로막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과 서비스산업발전법 등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관련기사



박 회장이 이날 김 부총리에게 제안한 ‘규제개혁 튜브’는 과제 선정→과제 분석→공론화→입법·시행 4단계로 규제개혁 단계를 압축하고 이를 매끄러운 ‘튜브’에 넣어 신속하게 추진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의는 “규제개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잡음 등의 걸림돌이 자동 제거돼 결과물을 내는 프로세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려진 규제개혁 튜브는 각종 저항에 부딪혀 규제 완화가 번번이 좌절되는 현 상황을 반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단체 등이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해 규제 완화 대상을 추리고 정부는 이를 심사해 최종 과제를 선정하는 것이 1단계다. 2단계로 이해 당사자별 입장과 규제개혁 시 비용·편익 등을 분석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때 과제 분석은 외부 전문기관이나 전문가들로 구성된 별도 위원회에서 하자는 게 상의의 생각이다. 규제 완화의 핵심이 되는 과정인 3단계 공론화는 전문가기구와 공론화기구로 이원화하자고 상의는 제안했다. 전문가기구는 지난 2000년대 초반 독일 노동개혁을 이끈 하르츠노동개혁위원회의 의사결정 방식을 본뜨자고 했다. 이 위원회는 노사정이 추천한 15인의 인사가 토론을 거쳐 표결로 보고서를 채택하면 총리가 이를 즉시 집행하는 신속성을 최대 장점으로 한다. 상의는 “이해관계자 추천 인사와 공익위원으로 구성된 전문가기구가 전문지식이 요구되는 사안에 대해 하르츠위원회 방식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이 참여하는 공론화기구 역시 숙의를 거치지만 최종안은 표결로 결정된다.

이를 통해 도출된 규제개혁안을 정부가 발의하면 ‘과반 찬성 시 330일 이내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는 국회법상 신속처리안건제도를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한재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