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노동정책 변화를 맞아 일자리를 책임지는 경제부처 장관들의 현장방문은 일단 반길 만하다. 장관들이 산업계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해야 제도의 실효성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모처럼 이뤄진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인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최저임금이나 주 52시간 근무제의 불가피성이 강조되면서 기대했던 수준의 소통과 정책 건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기업 간담회마다 장관 인사말만 소개할 뿐 굳이 비공개로 진행하는 배경도 궁금하기는 마찬가지다.
정부의 주장과 달리 주 52시간 근무에 따른 현장의 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기업들이 겪어야 할 성장통이라고 둘러댄다. 이제라도 중소벤처기업부는 급진적인 노동정책 도입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얼마나 덜어줬는지 자문해볼 일이다.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노동계의 입장만 앞세울 뿐 정작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들의 호소를 애써 외면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그러지 않고 기업에 일방적으로 정책 이행을 강요한다면 아무리 소통을 외쳐도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때마침 미국 근로자들은 올 1·4분기에 역대 최대의 성과급을 챙겼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정부가 법인세를 과감하게 낮추면서 기업들의 곳간이 넉넉해진 덕택이다. 반면 우리는 고용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근로자들의 주머니도 두둑해진다며 억지를 부리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기업만 닦달해서는 일자리 증가도, 임금 개선도 기대하기 힘들다. 경제장관들은 우리의 현실을 제대로 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