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136년 신문 LA타임스, 중국계 사업가 품으로

순시옹, 인수 대금 납부 끝내고 LAT 사주로

5억달러 인수금에 9,000만달러 연금 떠안아

LAT, 2년간 사옥·인쇄공장 매각으로 최대 위기

순시옹 미디어 경영 성공 여부 관심

패트릭 순시옹 /LAT 홈페이지 캡처패트릭 순시옹 /LAT 홈페이지 캡처



중국계 유명 외과의사 출신이자 바이오 사업가인 패트릭 순시옹(65)이 미국 6대 일간지이자 로스앤젤레스(LA) 최대 신문인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를 손에 넣었다. 구독자 감소, 핵심 자산 매각으로 136년 역사상 최대 위기에 직면한 LAT가 구글과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미디어 빅뱅’에서 위상을 되찾을지 이목이 쏠린다.

LAT는 17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순시옹이 이달 18일 인수 대금을 납부하는 대로 LAT의 새 사주가 된다고 밝혔다. 순시옹은 LAT 계열사인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과 스페인어 일간지 ‘호이’도 품었다. 순시옹은 3개 매체가 소속된 ‘캘리포니아 뉴스 그룹’의 회장이자 최고경영자(CEO)에 취임한다.

순시옹은 지난 2월 미 언론재벌 트롱크와 LAT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순시옹은 LAT 등 3개 매체를 인수하는 데 총 5억 달러(5,524억원)가 넘는 자금을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퇴직시 지불해야 할 9,000만달러의 직원 연금도 떠안았다.


미 발행부수공사(ABC)에 따르면 LAT 총 구독자는 43만여 명, 온라인 구독자는 3,000만명에 달한다. 1881년 12월 설립된 LAT는 2000년 트롱크(기존 트리뷴퍼블리싱)로 넘어간 데 이어 18년 만에 다시 주인이 바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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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간 LAT는 사상 최대 위기에 시달려왔다. 이전 사주인 마이클 페로가 트롱크 최대 주주가 된 이후 핵심 자산을 팔아치우는 등 차익 실현에 몰두했기 때문이다. 트롱크는 시카고 트리뷴, 볼티모어 선, 뉴욕데일리뉴스 등을 소유한 거대 신문재벌이다. 시카고 기업가인 페로는 2016년말 아르데코 풍으로 관광객들도 즐겨찾던 사옥을 1억달러에 캐나다 사모펀드로 매각했다. 뿐만 아니라 올림픽대로에 있던 인쇄공장 단지도 1억2,000만달러에 팔아치웠다. 본사 건물을 매각하면서 LAT는 졸지에 세입자 처지가 됐다.

언론계의 관심은 LAT를 품은 순시옹에 집중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순시옹은 미국에서 외과의사로 크게 성공했다. 특히 바이오약품 2곳을 설립한 뒤 매각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포브스는 그의 재산을 78억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최근까지 캘리포니아주 컬버시티에 본사를 둔 의료기업 난트헬스를 설립해 CEO로 일해왔다. 미국프로농구(NBA) LA 레이커스 지분 4.5%를 보유하는 등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을 벌여왔다.

의사와 기업인으로 일찌감치 성공을 거둔 순시옹이 미디어 경영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앞서 구원투수로 나선 기업인들처럼 위기의 신문사를 살릴 수 있을지 관심이 뜨겁다. 제프 베저스와 존 헨리가 2013년 각각 워싱턴포스트(WP)와 보스턴글로브를 인수했고, 글렌 테일러가 2014년 미니애폴리스 스타 트리뷴을 인수한 사례가 있다. 그는 2월 인수 계약 체결 이후 WP, 뉴욕타임스(NYT) 등 유력 일간지의 편집인·발행인들과 접촉하며 경영 수업을 받았다.

우선 입주 계약 기간이 6월 끝나면서 도심에서 20㎞ 정도 떨어진 공항 인근 엘 세군도로 사옥을 옮긴다. 순시옹은 자신이 소유한 이 건물을 종합 스튜디오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순시옹이 1,200여 명의 기자와 25개 해외지국을 둔 LAT의 방대한 조직을 대대적으로 구조조정할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정치 컨설턴트인 프랭크 룬츠는 “이번 인수는 순시옹이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최대 도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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