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증시가 미중 무역분쟁과 달러 강세로 인해 근심에 휩싸였다. 외국인 자금이탈이 현실화되며 시장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18일 아시아 증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우려로 하락세를 보였다. 일본 도쿄증시의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71.42포인트(0.75%) 내린 2만2,680.33에 마감했다. 한국시각 오후4시 기준으로 필리핀 PSE종합지수, 베트남 VN지수도 각각 전 거래일 대비 2.55%, 1.36% 하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우려로 아시아 신흥국 통화는 약세를 이어갔다. 도쿄외환시장에서 오후4시 말레이시아 링깃화 가치는 전 거래일 대비 0.35% 내려 달러당 3.9987링깃에 거래됐으며 필리핀 페소화와 태국 밧화 가치도 전 거래일 대비 0.2% 하락했다.
아시아 각국 증시는 최근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최근 5거래일 동안 1%, 대만 자취안지수는 0.5%, 베트남 VN지수는 2.2% 떨어졌다. 코스피지수도 지난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기도 전에 3일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는 연중 고점(1,278.53)에서 13% 이상 떨어진 상태다.
신흥국의 발목을 잡은 것은 환율이다. 미국 인터콘티넨털익스체인지(ICE)의 달러화지수는 최근 3개월 동안 5.7% 상승했다. 특히 14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 축소 계획을 발표하면서 달러 강세에 대한 우려가 더욱 높아졌고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7개월 만에 1,100원대로 올라섰다. 박춘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통화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달러 강세는 과거처럼 외국인의 차익 실현을 야기할 수 있어 코스피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미 무역분쟁도 신흥국들의 위기감을 부추기고 있다. 닉 트위덜 라쿠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중국이 상호 관세를 발표하면서 확전과 소강 상태를 반복하고 있는 무역전쟁의 우려가 다시 돌아온 상황”이라며 “무역 긴장이 높아지면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무역분쟁이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글로벌 펀드 매니저들처럼 내수시장 점유율이 높아 무역분쟁과 연관성이 낮은 기업, 지배적인 시장 지위를 확보한 기업, 관세 부과로 제품 가격이 오르더라도 수요가 강해 가격 전가가 가능한 기업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다만 기업 실적, 경제지표 등을 감안할 때 신흥국보다 우위인 국내 증시가 오히려 주목받을 가능성도 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위기가 우려되는 신흥국은 경상·재정 악화가 장기화된 국가들”이라며 “신흥국 전반에 대한 부정적 투자심리 속에서 펀더멘털이 견고한 한국이 오히려 돋보일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