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문자 메시지

1815A38 시로여는수욜



- 권숙월(1945년~)作


자주 가는 서점에서 문자 메시지가 왔다 “보고싶은오빠책들어왔습니다” 늦은 봄 뜬금없이 “선생님”으로 호칭하던 아줌마가 “오빠”라고 하다니 퇴근길에 서점에 들르니 문자 메시지 보낸 아줌마는 자리에 없고 다른 아줌마가 “심쿵하진 않으셨어요?” 계산대에 책을 올리며 공기방울 같은 웃음을 날린다 김언희 시집 ‘보고 싶은 오빠’ 집에 오기 바쁘게 표제 시를 보았다 색깔 있는 시를 보는데 또 문자 메시지가 왔다 “보고싶은오빠책가져가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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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쿵했느냐는 물음에 냉큼 아니라고는 말씀 못 하신 모양이군요. 왜 안 그렇겠어요. 봄바람 불 때 얼마나 많은 ‘선생님’이 ‘오빠’가 되었겠어요. 키득키득 웃음으로 눙치는 사람들 솔찮은 걸요. 하필 시집 제목이 ‘보고 싶은 오빠’여서 생긴 일이지만, 저 문자 좀 수상쩍긴 해요. “보고싶은오빠책가져가셨네요”라는 문자는 긴요한 것은 아니었잖아요? 띄어쓰기를 무시한 것도 참 끈끈해 보이고요. 며칠 뒤에 “보고싶은오빠책다읽으셨어요?”하고 문자 오면 위험해요. 단골서점을 바꾸든지, 오빠가 되든지 해야 할 것 같네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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