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극장운동의 본거지인 서울 중구 명동 ‘삼일로 창고극장(사진)’이 오는 22일 재개관 행사를 시작으로 폐관 3년만에 다시 관객을 맞는다. 위탁 운영을 맡은 서울문화재단은 20일 “오는 22일부터 ‘삼일로 창고극장’이라는 명칭으로 극장 운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민간 극단 에저또가 설립한 삼일로 창고극장은 1975년 옛 삼일고가도로 남단 주택지대 한쪽 끝에 100석 규모로 출발, 고(故) 추송웅의 모노드라마 ‘빠알간 피터의 고백’, ‘유리동물원’ 등을 초연하며 소극장 연극의 산실 역할을 한 곳이다. 40여년간 총 279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지만 경영난에 김치공장·인쇄소 등으로도 운영됐고 2015년에는 결국 문을 닫았다.
앞서 건물주로부터 극장을 임대하고 리모델링을 마친 서울시는 서울문화재단에 운영을 위탁했다. 새 단장한 삼일로 창고극장은 공연장·스튜디오·갤러리·연습장 등을 갖췄다. 특히 공연장은 1975년 개관 당시 원형을 최대한 보존, 가변형 무대에 60~80석 규모로 꾸며졌고 기존의 사방 등·퇴장로를 유지해 무대와 객석 구분 없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재개관을 기념해 남산예술센터는 ‘빠알간 피터의 고백’ 오마주 공연으로 ‘빨간 피터들’ 연작시리즈를 선보인다. 1인 모노드라마 형식을 그대로 하되 네 명의 연출가와 네 명의 배우가 짝을 지어 각기 다른 방식으로 공연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