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이 무역전쟁에서 양보 없는 싸움에 돌입하자 독일 자동차 업계가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리처드 그레넬 독일 주재 대사가 이날 워싱턴DC에서 행정부 인사를 만나 다임러·BMW·폭스바겐 등 독일 자동차 최고경영자(CEO)들의 제안을 전달한다고 보도했다.
CEO들의 제안 내용은 EU와 미국이 상대에 물리던 수입차 관세를 없애자는 것이다. 현재 EU는 수입차에 10%의 관세를 물리고 있다. 미국은 승용차를 포함한 일반 수입차에 2.5%, 트럭에는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 CEO들은 이 같은 조건을 제시하는 대가로 유럽산 자동차에 25%의 국경세를 부과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협상 테이블에 나와달라고 요청했다.
CEO들이 트럼프 행정부가 독일의 승용차 수입 관세가 미국보다 높은 것에 상당한 불만을 품어온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독일은 동맹국 간 무역분쟁을 해결하는 적절한 해결책을 갖고 있다”며 “EU가 미국산 승용차와 트럭에 물리는 10%의 관세가 낮아진다면 공정하고 호혜적인 무역을 향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가 아닌 자동차 업계가 직접 대사관을 통해 미국 대통령에 거래를 제안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미 독일 정부도 몇 주 전 트럼프 행정부에 유사한 제안을 했지만 미국은 미온적으로 반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EU가 알루미늄·철강 수출을 감축하라는 미국의 제안을 거절하면서 양측 간 무역협상은 중단된 상태다.
업계가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선 것은 EU 28개 회원국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 관계자는 WSJ에 “독일은 자동차 관세를 낮추고 싶지만 EU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는 여전히 무역분쟁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오는 22일부터 28억유로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물린다고 밝혔다. 이달 초 미국이 유럽산 철강·알루미늄에 고율 관세를 물린 만큼 보복에 나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