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bithumb)’ 해킹으로 350억원 분량의 암호화폐가 20일 도난된 가운데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21일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350억원 도난 사건은 빗썸 내부자가 돈을 빼돌리고 해킹으로 조작한 것”이라는 ‘자작극’ 주장이 제기돼 진위 여부를 놓고 토론이 펼쳐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도난된 암호화폐가 빗썸거래소 보유분이었다는 점 △하루 만에 시세가 원상복귀 됐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며 의혹을 제기했다.
자작극설이 등장할 정도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것은 불투명하고 취약한 거래소 구조 때문이다. 암호화폐 기반인 블록체인 기술 자체는 조작이 불가능하지만 가운데서 중개하는 거래소와 전자지갑은 해킹에 노출돼 있다. 불과 열흘 전에는 7위 거래소 ‘코인레일’이 해킹으로 400억원 규모 피해를 입었다. 또 투자자들은 “거래소 안에서 내부 거래가 발생해도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지적한다.
보안 문제가 계속 불거지는데도 거래소들이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않자 정부에 청원하는 투자자들도 생겼다. 이날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암호화폐 투자 피해를 국민들에게 돌리지 말고 법안을 만들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중앙기관 개념이 없어 문제가 발생해도 책임 소재가 모호하다”라며 “실제 거래 규모 등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보안 기준을 법률화해달라”고 제안했다.
금융당국도 이번 해킹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0일 기자들과 만나 “암호화폐 취급업소가 이런 사고에 취약하다는 건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며 “암호화폐 취급업소가 거래시스템을 안정적으로 만들고 거래자도 보호하도록 국회와 협의해 특정금융정보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최 위원장은 빗썸 거래소가 돌연 중단됐던 1월 “시세 조종을 목적으로 한 자작극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 중”이라며 현 단계에서 내부자가 개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과 함께 사건을 수사 중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술 특성상 모든 거래는 기록에 남기 때문에 역추적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윤리적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까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빗썸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빗썸 관계자는 “자작극은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며 “만에 하나 내부자가 그런 일을 벌였다면 로그인 기록이 남게 돼 있고 애초 신고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