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에 따르면 김도훈 고려대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이진이 NECA 부연구위원팀은 지난 2006~2015년 50세 이상의 PPI·H2RA 복용군을 대상으로 고관절(엉덩관절) 등이 부러진 골다공증성 골절 현황을 비교 분석해 이런 결론을 도출했다.
PPI는 위산분비 억제 효능이 강력하지만 칼슘 흡수를 방해해 골다공증성 골절 위험을 높이는 단점이 있어 한 번에 2주 이내로 처방된다. 하지만 재발이 잦은 소화성 궤양과 역류성 식도염의 특성상 자주 처방받는 경우가 흔하다. H2RA는 PPI보다 위산분비 억제 효과와 부작용이 모두 적다.
김 교수팀이 PPI 또는 H2RA를 2005년에는 처방받지 않았지만 2006~2015년에 신규로 처방받는 등의 요건을 충족한 50세 이상 239만명가량을 분석했더니 10년 동안 3.3%(7만8,465명)에서 골다공증성 골절이 발생했다.
김 교수팀은 최종적으로는 골절군 5만9,240명과 비골절군 29만6,200명을 비교했다. 골절 발생 전 1~10년 동안의 PPI 누적 처방일수, 골절과의 연관성을 분석해보니 PPI 복용자의 골절 위험은 처방기간이 길수록 커졌다. 누적 처방일수가 30일 미만이면 PPI를 복용한 적이 없는 사람보다 골절 위험이 8%, 60일 이상~90일 미만이면 11%, 180일 이상~1년 미만이면 18%, 1년 이상이면 42% 높았다. 1년 이상 PPI 복용자의 연령대별 골절 위험은 1.35~1.78배였다. 골절 발생 이전 1년 동안 PPI를 복용한 적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골절위험이 1.3배(매 분기 4주 이상 복용자는 1.37배) 높았다.
김 교수는 “PPI 처방 때 반드시 환자의 누적 복용기간을 확인하고 긴 경우 처방을 지속할지 주의 깊게 판단해야 한다”며 “특히 골절 위험이 큰 고령자, 골다공증 환자, 여러 만성질환 동반 환자들에게는 PPI 장기 복용의 위험성을 알리고 골절예방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심평원이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를 통해 의사·약사에게 특정인에 대한 6개월 동안의 처방·조제약 이력을 조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PPI에 대해 조회기간을 늘려주거나 ‘PPI 장기처방률’ 지표를 도입해 적정 처방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평원은 벤조디아제핀계 약제를 장기적으로 사용할 경우 노인 인지기능을 떨어뜨려 낙상·골절 등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지난해 ‘벤조디아제핀계 약제 장기처방률’ 지표를 도입해 관리하고 있다. 50세 이상 PPI 장기 처방자에게 PPI 대신 H2RA를 투여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편 지난 10년간 국내에서 소화성 궤양 및 위식도 역류 질환으로 PPI 또는 H2RA 처방을 받은 환자는 3,500만명에 이른다. 전체 소화성 궤양 치료제 시장에서 PPI의 비중은 2006년 22%(910억원)에서 2011년 32%(2,660억원)로 증가했다. 약이 잘 듣지 않아 약 대신 내시경 치료나 수술을 선택하는 역류성 식도염 환자도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