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017670)이 보안회사 ADT캡스를 인수하면서 국내 3대 공제회가 7,500억원을 공동 투자한다. 특히 안전자산 투자를 선호하는 공제회들이 위험을 감수하며 대출 외에 지분투자에 직접 나서 주목된다. 보안업 자체에 대한 안정성과 SK텔레콤이 채권 회수 선순위를 양보한 점이 보수적 투자자인 공제회의 베팅을 이끌어냈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교직원공제회가 이날 ADT캡스의 지분투자와 중순위 대출에 대한 투자 2,000억원을 최종 확정했다. 앞서 3위권 공제회인 행정공제회와 군인공제회·신협도 같은 구조로 ADT캡스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다.
총 3조2,000억원이 들어가는 ADT캡스의 인수금융 중 기존 선순위 대출 1조7,500억원은 약 4%의 금리를 챙기기 위해 보험사 등 보수적인 기관투자가가 맡기로 했다. 이보다 위험하지만 금리가 7%로 높은 중순위 대출 약 1,500억원과 후순위인 지분 45%에 대한 투자 약 5,500억원은 맥쿼리자산운용을 펀드운용자(GP)로 한 맥쿼리 컨소시엄이 맡은 가운데 교직원공제회·행정공제회·군인공제회·신협을 포함해 여러 기관투자가가 앞다퉈 투자를 결정했다. SK텔레콤은 약 7,000억원을 투입해 3조원에 가까운 ADT캡스의 지분 55% 인수에 성공했다.
기관투자가들은 그 밖에 2,000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 지주회사법상 SK텔레콤이 손자회사인 캡스텍을 자회사로 인수할 때도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공제회는 최근 국내 인수합병 시장에서 지분투자보다는 사실상 원리금이 보장되는 대출성 투자인 인수금융에 돈을 투입해왔다. 또한 SK텔레콤이 수년간 투자 유치를 진행해온 SK플래닛이 상대적으로 투자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에 비하면 이번 투자는 흥행에서 크게 성공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기관투자가들은 보안업 자체에서 판단이 갈렸다고 설명했다. SK플래닛과 ADT캡스 투자를 동시에 검토한 한 기관투자가는 “SK플래닛이 ‘11번가’를 통해 영위하는 인터넷쇼핑몰은 수년간 수천억원의 적자가 나고 있어 보수적인 공제회의 투자처로는 맞지 않다”면서 “반면 ADT캡스는 한 번 설치한 고객이 변경하기 어려운 사업구조이고 SK텔레콤이 직접 7,000억원을 새로 투입해 의욕적으로 인수한 회사라는 점에서 경영자의 의지를 믿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두 사례 모두 모회사는 SK텔레콤이지만 ADT캡스는 투자자에게 ‘당근’을 제시했다. ADT캡스는 만약 법정관리로 넘어가더라도 동등한 주주인 SK텔레콤과 교직원공제회 등 기관투자가 중 기관투자가가 먼저 채권을 회수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다만 11번가는 영업적자에서 벗어나 상승할 경우 그 폭은 ADT캡스보다 클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11번가 투자자들이 수년 후 상장을 통해 15%의 수익률을 기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임세원·강도원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