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월드컵 보느라 밤을 지새우는 축구 팬이 많습니다. 조금만 봐야지 하다가도 연일 박빙 승부에 어느덧 새벽녘, 잠시 눈 붙이고 다시 일터로 향하는 발걸음이 더없이 무겁지만 어느덧 해가 기우면 다시 TV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지구촌이 그야말로 축구 축제에 ‘푸욱’ 빠져있습니다.
축구만큼 라이벌이 많은 스포츠도 없을 것입니다. 펠레와 마라도나부터 말하면 입 아플 메시와 호날두까지, 수많은 라이벌들의 땀과 눈물이 바로 ‘공놀이’의 매력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 두차례 맞대결을 치른 신흥 라이벌이 있습니다. 바로 대한민국의 황희찬(22)과 멕시코의 이르빙 로사노(23)입니다. 이들의 악연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들여다보겠습니다.
황희찬과 로사노의 악연은 2년 전 리우 올림픽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피지(8-0 승)와 독일(3-3 무)을 상대로 1승1무를 기록한 대한민국은 조별 리그 마지막 상대로 ‘디펜딩 챔피언’ 멕시코를 만나게 됩니다. 양 팀 모두 8강 진출을 위해 서로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황, 황희찬과 로사노는 이 경기에 선발 출전합니다. 권창훈의 선제골로 앞서가기 시작한 대한민국은 멕시코의 공격을 잘 막아내며 승리를 눈앞에 두게 됩니다. 경기 종료를 앞둔 후반 추가시간, 신경이 날카로워진 멕시코 선수들은 감정적으로 거친 플레이를 남발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로사노가 볼과 상관없이 황희찬을 밀쳐 쓰러뜨렸고 주심은 로사노에게 옐로우카드를 꺼냅니다. 이미 한 차례 카드를 받은 로사노는 퇴장, 대한민국은 멕시코를 꺾고 조 1위로 8강에 진출했고 멕시코는 조 3위로 예선 탈락의 쓴잔을 마시게 됩니다.
악연을 뒤로 한 채 올림픽 이후 황희찬과 로사노는 소속팀에서 승승장구합니다. 황희찬은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 소속 잘츠부르크에서 뛰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2017-2018시즌에는 37경기에 나서 13골 4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리그 우승과 유로파리그 4강 진출을 견인합니다. 로사노 역시 2017-2018시즌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소속 PSV 아인트호벤으로 이적해 첫 시즌부터 리그 34경기에서 19골 11도움의 놀라운 퍼포먼스를 펼치며 에이스로 자리매김합니다. 소속팀에서 보여준 활약으로 황희찬과 로사노는 벌써부터 유럽 빅리그 클럽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대표팀에서도 두 선수의 입지는 확고합니다. 연령별 대표 팀 코스를 밟고 지난 2016년 8월 성인 대표팀의 부름을 받은 황희찬은 9월 중국과 예선 경기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고 2017년 6월 카타르와 경기에서 A매치 데뷔골을 넣었습니다. ‘황소’라는 별명답게 왕성한 활동력을 바탕으로 저돌적인 돌파와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황희찬은 이번 월드컵에서도 손흥민과 더불어 대표팀 공격의 한 축을 맡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전망입니다.
멕시코의 차세대 공격수로 꼽히는 로사노 역시 대표팀의 키 플레이어입니다. 유소년 국가대표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고 이를 바탕으로 2016년 2월 멕시코 성인 국가대표팀에 첫 발탁됩니다. 그해 2월 세네갈과의 친선경기에 출전해 A매치 데뷔전을 치렀고 도움까지 기록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이어진 월드컵 북중미 예선 캐나다와 경기에서는 A매치 데뷔 골까지 넣었습니다. 이번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는 4골을 집어넣으며 팀 내 최다 득점자로 입지를 다졌으며 독일과의 러시아월드컵 예선 1차전에서는 선제 결승골까지 넣었습니다. 측면 날개로 주로 배치돼 현란한 개인기로 상대 수비를 따돌릴 능력을 갖췄으며 양발을 모두 잘 사용합니다. 다소 약한 몸싸움은 빠른 주력과 드리블을 이용해 극복하고 있습니다.
둘의 악연은 이번 월드컵에서도 이어졌습니다. 24일 자정(한국시간) F조 예선 2차전에서 맞붙은 둘의 대결에서 멕시코가 대한민국을 2대1로 꺾으며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습니다. 로사노는 빠른 역습과 개인기를 곁들어 대한민국 수비진을 혼란에 빠뜨리며 승리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아쉽게 패하긴 했지만 황희찬도 매서운 돌파와 슈팅을 선보이며 제 임무를 다했습니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앞으로 보여줄 것이 더 많은 황희찬과 로사노. 아직 러시아월드컵이 한창이지만 다음 2022년 카타르월드컵이 더 기대되는 두 선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