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띠에가 올해 ‘산토스 드 까르띠에 Santos de Cartier’를 리뉴얼 론칭했다. 산토스 드 까르띠에는 까르띠에가 자랑하는 아이코닉 워치 컬렉션 중 하나다. 1904년 처음 선보인 산토스 모델은 최초의 현대식 손목시계라는 타이틀과 함께 그 탄생 배경으로도 유명하다. / 김강현 기자 seta1857@hmgp.co.kr◀
1902년 파리의 한 파티장에서 프랑스 사교계의 유명인이자 트렌드세터였던 괴짜 비행사 알베르토 산토스 뒤몽 Alberto Santos-Dumont이 그의 친구 루이 조제프 까르띠에 Louis Joseph Cartier에게 비행에 방해받지 않고서도 볼 수 있는 시계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당시 시계는 회중시계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비행기구를 조종하면서 회중시계를 들여다보는 일은 보통 성가시고 위험한 일이 아니었다. 손목시계가 가장 이상적이긴 했으나 당시엔 손목시계라는 개념이 매우 생소했다. 물론 당시에도 시계가 붙어 있는 팔찌나 회중시계 위 아래에 줄을 걸어 손목시계처럼 사용할 수 있는 장신구들은 있었다. 하지만 통화기능이 장착된 노트북이 스마트폰이 아니듯, 앞서 열거한 시계들도 현대적 의미의 손목시계는 아니었다.
산토스가 지나가는 말로 던졌을지도 모르는 요청을 놓고 루이 조제프 까르띠에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루이 조제프 까르띠에는 1898년 까르띠에의 3대 경영자로 이름을 올린 후 줄곧 시계를 주얼리 사업에 맞먹는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성장시킬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알베르토 산토스 뒤몽의 요청이 새로운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1907년 알베르토 산토스 뒤몽이 자신의 최고 비행기록을 경신하고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 그의 손목에는 루이 조제프 까르띠에가 선물한 산토스 시계가 채워져 있었다. 사람들은 산토스 시계의 특이한 모양에 주목했다. 가죽 스트랩에 꼭 들어맞게 디자인된 러그가 안쪽으로 기울어져 이질감이나 불편함 없이 손목에 찰 수 있게끔 디자인된 구조였다. 최초의 현대식 손목시계의 출현이었다.
산토스 시계는 1904년 첫선을 보인 이후 특별주문으로만 제작되다가 1911년부터 상업생산을 시작해 이후 컬렉션으로 자리를 잡았다. 산토스 시계가 이슈가 되면서 까르띠에 시계 사업도 1906년부터 본궤도에 올라 이후 토노, 톡튀, 파샤 같은 컬렉션을 잇달아 성공적으로 론칭했다. 까르띠에가 시계 사업에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데에 산토스 시계의 역할이 컸던 셈이다.
산토스 드 까르띠에 컬렉션은 한동안 생산이 중단됐다가 1978년 골드 바탕에 스틸 브레이슬릿을 결합한 투톤 디자인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1978년 모델은 산토스 드 까르띠에 컬렉션의 DNA와도 같은 베젤 위 8개 스크류 디자인이 변경돼 눈길을 끌었다. 이전 스크류 디자인은 둥글고 봉긋한 모양이었으나 1978년 모델부터는 일자 나사 모양(Θ)으로 변해 전체 베젤 디자인이 좀 더 메탈릭하게 바뀌었다.
올해 리뉴얼 론칭된 산토스 드 까르띠에는 좀 더 유려해진 곡선미로 눈길을 끈다. 정사각형이었던 오리지널 디자인에서 케이스 외곽을 위아래로 키워 스트랩 혹은 브레이슬릿 연결 부분이 단절되지 않고 좀 더 부드럽고 풍성하게 보이도록 했다. 연결 부위인 러그도 볼륨감을 키웠다. 산토스 드 까르띠에 초기 모델들의 러그가 언뜻 시계 밖으로 뻗어 나간 갈퀴 같은 이미지였다면, 2018년형 러그는 베젤과 케이스 디자인에 완전히 녹아든 모습이다.
훨씬 기능적으로 바뀐 스트랩·브레이슬릿은 2018년형 모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다. 까르띠에는 산토스 드 까르띠에에 퀵스위치 QuickSwitch 기술을 적용해 스트랩·브레이슬릿 탈부착을 매우 쉽고 간단하게 만들었다. 스마트링크 SmartLink 기술이 장착돼 브레이슬릿 길이도 별다른 도구 없이 링크 단위로 조절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