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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①] ‘마녀’ 최우식 “매번 맞기만 하다 처음으로 '액션' 해보니…”

/사진=JYP엔터테인먼트/사진=JYP엔터테인먼트



장난스러운 외모로 ‘삐약삐약’ 노래를 부르던 배우 최우식이 귀여운 모습은 온데간데없는 살벌한 귀공자로 변신했다. 영화 ‘마녀’(감독 박훈정)에서 서늘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최우식이라는 이름이 새삼 낯설게 느껴진다.

최근 ‘골든슬럼버’ ‘궁합’에서 짧게 얼굴을 비추며 아쉬움을 남겼던 최우식이 주연작 ‘마녀’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처음으로 제대로 된 악역 캐릭터를 맡은 데다, 꽤 많은 양의 액션까지 소화했다.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걱정이 많았다던 그는 긴장된 표정으로 개봉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엄청 긴장하고 기대하면서 봤다. 이번에 처음 도전하는 것들이 많아서 긴장을 많이 했다. 특히 액션신은 정말 걱정을 많이 했다. 이 전에는 항상 도망가고 목 졸리고 맞기만 하다가 처음으로 액션을 했고 거기에 CG까지 추가됐다. (김)다미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0에서부터 시작해서 많이 걱정했는데 어느 정도는 잘 나온 것 같다.”

최우식이 연기한 귀공자는 어느 날 갑자기 자윤(김다미) 앞에 나타나 그녀의 일상을 뒤흔드는 인물이다.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살아가는 자윤에게 “이름이 다 생겼어?”라며 비웃는 귀공자의 모습은 이전의 최우식이 연기해 온 캐릭터들의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새로운 캐릭터를 향한 갈망이 그를 ‘마녀’로 이끌었다.

“연기적인 도전을 계속 하고 싶었다. 제가 여태까지 해보지 못했던 캐릭터를 경험해보고 싶었다. 저는 귀공자가 아닌데 얘는 이름부터가 귀공자고, 액션을 많이 안 해봤는데 엄청 센 캐릭터여서 걱정도 됐다. 감독님은 아마 그런 반전적인 요소를 원하신 것 같다. 캐릭터는 뭔가 딱딱하고 단면적이었지만 작품을 하면 재미있는 작업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에는 늘 부담감이 따르기 마련. 갑작스레 달라진 자신의 이미지에 대중들이 느낄 거부감에 대한 걱정이 최우식의 발목을 잡았다. 이에 그는 차갑고 무섭기만 했던 귀공자 캐릭터에 본인만의 매력을 더해 자신과 좀 더 어울리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제가 이런 연기를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고, 사람들이 제 연기를 보면서 느낄 부담감도 있었다. 대중들이 알고 있는 저의 모습이 있기 때문에 제가 너무 다른 모습만 보여주려 하면 부담스러울 것 같았다. 그래서 감독님이 원래 보여주고 싶었던 면도 보여주면서 제가 부담스럽지 않게 변형시킨 캐릭터를 조합하는 과정이 있었다. 시나리오에는 귀공자의 차갑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이 많았는데 저의 까불까불한 이미지를 섞어서 보여주면 더 좋을 것 같아서 감독님과 조율을 많이 했다.”

/사진=JYP엔터테인먼트/사진=JYP엔터테인먼트


그 과정에는 캐릭터의 전사를 상상하고 구체적인 설정을 넣는 작업도 포함됐다. 영화 속에서는 자세히 등장하지 않지만 귀공자는 어린 시절 자윤과 함께 자라며 아픔을 겪어온 사연 있는 인물이다. 최우식은 영화의 큰 틀을 해치지 않은 선에서 귀공자의 사소한 행동과 대사를 통해 캐릭터의 전사를 그려나갔다.


“귀공자가 너무 짧게 나오다 보니까 전사를 보여줄 수 없어서 어떻게 보면 식상한 설정들을 꾸역꾸역 넣었다. 손톱을 물어뜯는다거나, 콤플렉스 적인 부분을 보여주고 싶었다. 미국에서 넘어온 친구라 영어를 쓰기도 하고 그런 작은 설정들이 그나마 이 친구의 전사를 얘기해준 것 같다. 영화 자체가 거의 구자윤을 따라가기 때문에 귀공자 캐릭터의 이야기는 이 정도로도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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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역시 새롭게 도전한 부분이었다. 늘 맞고 당하는 연기에 익숙했지만 이번 만큼은 후반부 액션 신의 한 축을 담당했다. 독특한 설정의 캐릭터답게 액션 신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 최우식은 기존의 액션 영화에서 등장하는 액션이 아닌, ‘귀공자 같은’ 액션을 표현하려 노력했다고.

“액션 장르도 되게 신선했다. 제가 액션을 할 때마다 감독님이 ‘귀공자 같지 않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무슨 소리지?’ 하면서 더 세게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무표정으로 툭 쳤는데 벽이 무너지고 이런 이미지를 보여줬어야 했다. 좀 쉽게 액션을 하는 느낌에 중점을 뒀다.”

영화에서 최우식과 주로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은 모두 어린 신인 배우들이다. 이들에게 데뷔 8년 차인 최우식은 하늘 같은 대 선배였을 터. ‘마녀’ 현장에서 최우식은 어떤 선배였을까.

“다미 양이 카메라 앞에서 하는 연기가 처음이라 카메라 워킹 정도만 알려줬다. 연기적으로 조언은 못 했다. 제가 굳이 얘기를 안 해도 잘 하더라. 제 코가 석 자였다. 이전 작품들에서는 선배님들과 같이 하다 보니 제가 기댈 어깨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저와 같이 나오는 크루 배우들이나 다미에게 선배로서 어깨를 빌려줘야 했다. 아직 제가 그런 경험이 없어서 많이 노력을 했는데도 잘 했는지 모르겠다”

귀공자는 자윤의 곁을 끊임없이 서성이며 위협한다. 주인공을 위험에 빠뜨리는 악역의 역할에 충실한 인물이다. 하지만 최우식은 귀공자를 악역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작품을 통해 잠깐 동안 귀공자의 삶을 살았던 그는 “귀공자는 불쌍한 캐릭터”라며 인물을 향한 연민을 드러냈다.

“연기를 하면서 귀공자가 악역이라는 생각을 안 했다. 영화에서 제가 갖고 있는 메인 롤은 악역이지만 진짜 악역은 닥터 백과 미스터 최다. 구자윤은 악으로 태어났다가 가족을 만나면서 선하게 바뀌었다면 귀공자는 선하게 태어났는데 악을 만나 바뀐 것 같다. 환경 때문에 이렇게 된 거지 귀공자에게 자윤을 괴롭히는 어떤 악의는 없었던 것 같다. 악역이라고 생각을 안 하고 연기를 하니까 대사 톤도 많이 바뀌더라. 마지막에 구자윤에게 했던 두 마디가 아마 이 친구가 처음으로 입 밖에 내놓은 진심이 아닐까 싶었다. 그 연기를 하면서 되게 슬펐다. 이름만 귀공자지 태어났을 때부터 끝까지 불쌍한 캐릭터다.”

김다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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