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가들의 ‘셀 코리아’가 이어지면서 코스피가 2,310선까지 추락했다. 환율 변동성과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로 당분간 반전의 기미를 찾기 어려울 가능성도 제기된다.
28일 코스피는 전일보다 1.19% 떨어진 2,314.24로 마감했다. 외국인투자가들이 하루 동안 2,588억원 규모로 순매도하면서 장중 한때 2,310.8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8월11일(2,310.2) 이후 10개월여 만의 최저치다. 삼성전자(005930)(전일 대비 -2.40%), SK하이닉스(000660)(-2.00%), 셀트리온(068270)(-1.32%) 등 시가총액 상위주 대부분이 하락했다.
환율과 무역분쟁 우려로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8개월 만에 1,120원대를 넘어서며 1,124원20전까지 올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투자가들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7,24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지난해 12월(순매도 금액 1조7,368억원) 이후 월간 기준 가장 큰 규모의 자금 이탈이다. 증권가에서는 특히 유럽계 자금을 중심으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안현국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 순매도를 주도하고 있는 유럽계 자금의 유출 규모가 지난 4개월 동안 7조2,000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셀 코리아’가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의 대표 종목에서도 순매도가 계속되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1조1,224억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치웠다. LG화학(051910)(3,192억원), 현대차(005380)(2,368억원), SK이노베이션(096770)(1,923억원) 등도 순매도 상위 종목에 포함됐다.
개인투자자들을 증시로 끌어들였던 남북 경제협력 테마까지 소강 상태다. 이 때문에 최근 KB증권이 올해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최고 3,060에서 2,820까지 하향 조정하는 등 증권가의 기대치도 낮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 성장에 대한 신뢰 회복과 외국인 자금 귀환이 이뤄져야 증시가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자금이 돌아오려면 신흥국펀드의 차익실현이 진정돼야 하고 무역분쟁 리스크가 완화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최소한 미국의 1차 관세 부과일인 다음달 6일까지는 증시가 지지부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증시와 위안화의 하락이 최근 시장 불안감을 더 키우고 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에도 중국 때문에 금융시장이 출렁일 때 국내 증시와 원화 가치가 함께 약세를 보인 적이 많았다”며 “위안화 약세와 맞물려 원화 약세가 진행됐고 증시도 중국 증시와 함께 하락했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중국 증시와 국내 증시가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연구원은 “중국 경제가 좋아질 만한 모멘텀을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미중 무역갈등이 봉합되더라도 그 결과는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투자심리 약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