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니체와 마르크스 등 시대와 문명을 불문하고 이름을 날린 철학자들이라면 모두 ‘꿀벌’이라는 스승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사상가뿐 아니라 황제와 혁명가, 다신교도 등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들도 꿀벌의 습성과 생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자신이 사는 세계를 판단하는 바로미터로 벌통을 활용했다. 로마 최고의 시인 베르길리우스는 벌집을 “한 명의 지도자를 가진 공화국”으로 봤고 18세기 영국 사상가 버나드 맨더빌은 “벌집의 풍요로움을 만들어낸 주된 원동력은 바로 욕심과 허영심”이라며 시장 자유주의의 근거로 삼기도 했다. 꿀벌은 인간이 낀 색안경에 가장 걸맞은 세계상을 그들 눈앞에 펼쳤지만, 꿀벌은 시대와 문화권을 막론하고 인간이 맞닥뜨린 세계와 존재의 위기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동물이었다.
특히 이 책은 실제로 ‘철학자’와 ‘양봉업자’가 만나 만들어낸 책이라는 점이 더욱 눈길을 끈다. 파리 소르본대학에서 철학 교수로 있는 동생과 프랑스 오트루아르 지역에서 전문 양봉가로 20년 넘게 꿀벌을 기르고 있는 형이 함께 썼다. 꿀벌이 여섯 개의 다리로 육각형의 집을 만드는 곤충인 만큼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했다. 1만 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