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에서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냉동 칠면조가 튀김기에서 폭발하는 실험장면을 방송으로 내보낸 적이 있다. 냉동 칠면조를 해동하지 않고 요리하면 불이 나거나 폭발하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소비자들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실험이었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추수감사절에만 4,600만마리의 칠면조가 소비되는데 냉동 고기를 튀기는 과정에서 화재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한다. 미국 소방대원들은 추수감사절이면 사고에 대비하느라 비상 대기상태에 돌입할 정도다.
칠면조는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면서 유럽으로 전파됐으며 미국에 건너온 청교도들이 매년 추수가 끝나면 인디언을 초청해 감사의 표시로 칠면조를 대접했다. 당시만 해도 칠면조는 쉽게 잡을 수 있는데다 덩치가 커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먹기엔 적격이었다. 1930년에는 브리티시컬럼비아의 한 사육자가 커다란 대퇴근을 가진 18㎏급 품종을 개발해 오늘날 주류 품종을 이루게 됐다. 프랑스의 ‘브레스’ 칠면조는 32주 이상 생육하며 마지막 몇 주 동안 우리에 가둬놓고 옥수수와 우유를 먹여 지방을 늘린다.
칠면조는 지방이 근육 속에 섞여 있지 않아 맛이 담백하고 소화 흡수가 잘 된다. 다른 육류에 비해 단백질 함량은 많은 반면 콜레스테롤이나 칼로리 함량이 매우 낮은 편이다. 미국 타임지가 저지방·고단백이라며 칠면조를 슈퍼푸드 중 유일한 육류로 선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칠면조는 워낙 큰데다 손질이 어려워 요리하기 까다로운 편이다. 잘못 조리하면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나거나 살이 퍽퍽해서 맛이 없게 마련이다. 보통 칠면조 한 마리를 속까지 완전히 익히려면 오븐에 4시간을 구워야 하는 중노동에 시달려야 한다. 게다가 열전도율을 제대로 계산하지 않으면 골고루 익지 않거나 바짝 타버리는 참사를 빚기도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서두르면 스토브에서 칠면조를 서둘러 꺼내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제 요리가 되고 있고 여러분이 아주 만족할 것이지만 서두르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칠면조 요리처럼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시간만 허비하고 모두가 만족할 만한 멋진 작품이 만들어지지 않을지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정상범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