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첫날인 1일 전국적으로 장맛비가 쏟아진 가운데 방송 드라마 촬영 현장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스태프들이 우천으로 촬영을 중단하고 대기한 시간을 근로시간 상정에 포함시켜야 하는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첫날부터 산업 현장에서 혼란이 벌어지면서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탄력근무제의 단위 기간 연장, 특례업종 확대 등 법안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주당 40시간을 한 달 단위로 자유롭게 조절하는 방식이며,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2주~3개월 단위로 주당 40시간의 근로시간을 맞추는 방식이다.
방송·영화 등이 기존 특례업종에서 빠진 문화·예술계는 주 52시간은 1년의 유예 기간을 거쳐 적용되지만 1주일 68시간은 당장 이날부터 적용된다. 기존에 주당 근로시간 제한이 없었던 문화·예술계는 근로시간 제한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탄력근무제를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례업종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일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업의 경우 지금 당장 주 52시간 도입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지만 특수 직무인 시운전은 주 52시간을 준수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운전이란 건조한 선박을 선주에게 인도하기 전 계약서에 따른 성능과 기능을 검증하는 업무로 단기간에 업무가 집중되고 근로자 교체가 쉽지 않아 주 52시간을 지키기 어렵다. 아울러 최소 4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전문 인력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 인력 확보도 쉽지 않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도 최근 직종별 특수성을 반영해 정부 차원의 해결 방안을 요구했다. 정유화학 업계도 특수 업종에 대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유 업계의 경우 이미 교대 근무 시스템이 확립돼 52시간 체계가 잡혀 있지만 3~4년마다 실시하는 대규모 정기보수 기간에는 주 52시간 근무를 지키기 어렵다. 정기보수 시간이 주 80시간 정도인데 고난도 작업인 만큼 숙련공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예외를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고병기·나윤석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