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한치 앞을 바라보기 어려운 변동성 장세를 이어가면서 투자자들도 잔뜩 움츠러들었다. 증시 거래대금이 연중 최저 수준으로 줄고 증시 활기를 나타내는 지표인 신용융자 잔고도 감소세다. 전문가들도 당장 다음 주를 예측하기 어려운 장세 속에서 투자자들의 눈은 중미 무역분쟁의 경과에 쏠려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월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은 143조2,205억원으로 증시가 급락했던 지난 2월(123조9,614억원)을 제외하면 올 들어 가장 저조했다. 전월(181조653억원)과 비교해도 21%나 줄어든 수치다. 코스닥 시장 거래대금도 93조원에 그쳐 올해 가장 낮은 금액을 기록했다. 지난 1월에는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해 월 거래대금이 190조원에 달하기도 했으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것이다.
증시의 활기를 가늠할 수 있는 신용융자 잔액도 2개월여 만에 11조원대로 줄었다. 지난달 12일 12조6,480억원까지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 행진이 이어졌지만 지난달 22일 11조원대로 떨어진 데 이어 27일에는 11조9,147억원까지 감소했다.
이는 중미 무역분쟁과 환율 변동의 영향으로 증시 부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현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역분쟁과 달러 강세로 투자 심리가 회복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2·4분기 실적 시즌을 앞뒀지만 이익 개선 여부가 불투명해 주식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29일 13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2,300선 아래까지 후퇴하는 등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 규모나 업종 구분 없는 전방위적인 침체가 눈에 띈다. 지난달 코스피 대형주(6월 지수 변동폭 -2.8%)·중형주(-5.4%)·소형주(-9.9%) 지수 모두 하락세를 나타냈고 업종별로도 가장 덩치가 큰 전기·전자 업종을 필두로 대부분의 업종이 떨어졌다. 그나마 내수 업종인 음식료품(6월 지수 변동률 4.3%), 섬유의복(1.8%), 서비스업(1.5%) 등에서 숨통이 트였다.
문제는 앞날을 예측하기가 지극히 어렵다는 점이다. 경제지표나 기업 실적 같은 펀더멘털보다도 중미 양국 정부의 움직임이라는 외부 변수가 증시를 흔들고 있어 증권가 전문가들조차도 “전망을 내놓아도 전부 틀릴 만큼 예측하기 어려운 장세”라고 털어놓을 정도다. 문다솔 흥국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문제가 구조적 리스크로 비화될 가능성은 낮아 중장기적으로 증시가 반등할 수 있겠지만 단기적으로 상승폭을 키워줄 만한 요인이 미비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앞으로의 변곡점에 눈이 쏠리고 있다. 오는 6일 미국의 1차 관세 부과는 무역분쟁의 향방을 가늠케 해줄 전망이다. 미국은 이날 중국으로부터의 수입품 818개 품목에 대해 관세를 25%로 인상해 부과할 예정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관세 발효 전까지 관망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그 이후에나 무역분쟁 협상이 진전될 가능성을 기대했다. 이밖에 5일로 예정된 삼성전자(005930)의 2·4분기 잠정실적 발표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건이다. 김 연구위원은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 후 증시가 바닥을 칠 가능성도 있다”며 “낙폭 과대주, 실적 기대주 등을 중심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