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박성현 여자 PGA챔피언십 우승] 해저드서 친 로브샷이 홀 50㎝ 옆에 뚝, 역시 남달라

16번홀 세번째 샷, 물 언저리에

오른발 물가에 디디고 어렵게 샷

환상적인 파 세이브로 추격 발판

연장서 유소연 꺾고 메이저 2승

"20년전 박세리 맨발 샷 떠올라"

박성현이 16번홀 위기 상황에서 세 번째 샷을 하고 있다. /펜타프레스연합뉴스박성현이 16번홀 위기 상황에서 세 번째 샷을 하고 있다. /펜타프레스연합뉴스



선두 유소연(28·메디힐)에 1타 뒤진 채 맞은 16번홀(파4). 박성현(25·KEB하나은행)이 러프에서 친 두 번째 샷이 그린에 도달하지 못하고 워터해저드 쪽으로 튀었다. 다행히 볼이 물에 빠지지는 않았지만 긴 풀 속에 놓인데다 오른발을 거의 물가에 디디고 불안한 자세로 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캐디인 데이비드 존스가 물에 들어가 볼이 놓인 상태를 살펴야 할 정도였다. 볼을 빼내기만 해도 성공적일 듯했지만 환상적인 샷이 나왔다. 솟아오른 볼은 그린 위에 떨어진 뒤 홀 50㎝ 옆에 멈췄다. 기가 막히는 파 세이브로 우승의 발판을 만든 장면이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이 샷에 대해 “한국에 큰 영감을 줬던 박세리의 1998년 US 여자오픈 ‘맨발 샷’을 떠올리게 했다”고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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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통산 두 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박성현은 2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킬디어의 켐퍼레이크스 골프클럽(파72·6,741야드)에서 끝난 L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KPMG 여자 PGA챔피언십(총상금 365만달러)에서 연장 접전 끝에 정상에 올랐다. 최종라운드를 3언더파 69타로 마친 박성현은 나흘 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해 유소연(28·메디힐), 하타오카 나사(일본)와 동타를 이뤘다. 18번홀(파4)에서 진행된 첫 번째 연장전에서 파에 그친 하타오카가 먼저 탈락했고 박성현은 16번홀(파4)로 옮겨 치른 2차 연장에서 3m가량의 버디 퍼트를 홀에 넣어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로써 박성현은 지난해 7월 US 여자오픈 이후 1년 만에 메이저 2승째를 따내며 54만7,500달러(약 6억1,000만원)의 상금을 챙겼다. 지난 5월 텍사스 클래식 우승에 이은 시즌 2승째이자 투어 통산 4승째. 2년 차 징크스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날린 시원한 우승이었다. 지난해 39년 만에 신인상·상금왕을 석권해 크게 주목받았던 박성현은 올 들어 부진에 시달렸다. 지난 3월 KIA 클래식에서 미국 진출 이후 처음으로 컷오프를 당한 그는 4월 LA 오픈에서 또 컷 통과에 실패했다. 5월 텍사스 클래식에서 우승하며 반등하는 듯했지만 이후 다시 3개 대회 연속으로 컷오프되면서 슬럼프가 아니냐는 소리도 들었다. 106위까지 떨어진 퍼트(평균 퍼트 수 30.3개)가 문제로 지적됐다. 최근 퍼터와 퍼팅 준비과정에 변화를 줬다고 밝힌 박성현은 이번 대회 나흘간 평균 퍼트 수 28.5개로 다소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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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이 2일(한국시간) KPMG 여자 PGA챔피언십 2차 연장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머리를 감싸며 기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박성현이 2일(한국시간) KPMG 여자 PGA챔피언십 2차 연장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머리를 감싸며 기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날 선두 유소연에 4타 뒤진 3위로 출발한 박성현은 16번홀 위기를 파로 넘겼지만 이 홀 버디를 잡은 유소연과는 2타 차가 됐다. 그러나 17번홀(파3)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유소연이 티샷을 그린 왼쪽 물에 빠뜨려 2타를 잃으면서 박성현과 동타가 됐고 박성현은 먼저 경기를 끝낸 하타오카까지 3명이 펼친 연장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우승을 확정한 뒤 눈물을 흘린 박성현은 “올해 컷오프를 다섯 번이나 겪는 등 힘들었는데 그 보상을 받는 듯한 기쁨에 못 이겨 울컥했다”고 소감을 밝힌 뒤 16번홀 상황에 대해서는 “캐디가 볼 아래쪽에 물이 없다고 알려줬고 벙커 샷을 하듯이 쳤는데 임팩트가 잘 됐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전날 3타 차 선두에 나섰던 유소연은 이날 1타를 잃어 아쉬움을 남겼다. 유소연은 이날 메이저 통산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면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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