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유럽산 수입차에 대한 관세부과를 강행할 경우 약 3,000억달러 규모의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경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폴리티코는 1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가 지난달 29일 미 상무부에 전달한 11쪽 분량의 문서에서 미국의 자동차 관세에 응당한 보복이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FT는 “EU는 아직 미국에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된 사항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상무부에 보낸 문서에서 2,940억달러(약 329조3,000억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맞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EU가 제시한 액수는 지난해 미국의 자동차 및 부속품 수입액(3,300억달러)과 비슷한 규모로 미국 상품 수출액의 19%에 해당한다.
EU의 경고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산 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후 나온 첫 세부 반응이다. 미 상무부는 지난 5월 수입차가 국가 안보를 저해하는지 조사하기 시작해 향후 3~4주 안에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수입 자동차에 최고 25%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트위터에서 EU가 관세를 낮추지 않으면 유럽산 차에 20%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EU는 미 상무부가 수입차에 최고 25%의 관세를 적용할 경우 미국 경제 역시 130억~140억달러 규모의 피해를 당할 것이라며 경상수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내부 분석을 문서에 실었다. 또 지난해 유럽 자동차 업체들의 생산량이 미국의 26%에 불과하고 유럽에서 생산된 부품이 미국에서 완제품으로 조립된 뒤 결국 유럽으로 최종 수출된다는 점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한편 EU에서 미국의 수입차 관세에 대한 경계가 고조되는 가운데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달 29일 벨기에에서 EU 27개국 대표자들과 만나 “글로벌 경제체계가 복잡하게 얽힌 점을 감안하면 미국과의 무역갈등에 따른 피해가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며 “기업 심리 저하가 민간투자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금융안전망 점검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