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003230)과 대한항공(003490)이 오너리스크를 겪으면서도 상반된 주가 흐름을 보여 주목된다. 오너리스크에 따른 주가 하락은 단기간에 회복하지만 실적까지 하락할 경우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삼양식품은 전 거래일 대비 0.91%(1,000원) 하락한 10만8,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은 주가가 떨어졌지만 삼양식품은 지난 4월부터 3개월 누적 수익률이 30% 훌쩍 넘을 정도로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4분기 말로 갈수록 외국인 이탈에 국내 증시가 급격한 조정을 받았지만 외국인의 빈자리를 기관이 메워주면서 삼양식품은 지난달에도 주가가 떨어지지 않고 올랐다. 반면 대한항공은 2일 2만6,600원까지 하락해 52주 신저가를 경신하는 등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삼양식품과 대한항공은 비슷한 시기에 오너리스크 발생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았지만 주가 흐름은 다르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삼양식품은 전인장 회장이 50억원가량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달부터 법원에서 재판을 진행 중이고 대한항공은 조현민 전 전무의 ‘물컵 갑질’ 논란 이후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각종 부정이 드러났다. 두 오너가의 도덕적 해이는 모두 올해 초 알려져 아직도 뉴스에 오르내리며 비판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정작 회사의 주가 흐름은 정반대다.
삼양식품은 해외 수출을 기반으로 영업이익이 급상승한 반면 대한항공은 유가 상승과 환율 변동에 노출돼 실적이 부진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BNK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2·4분기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라면 수출에 힘입어 전년 대비 85.2% 급등한 13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유정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러나저러나 삼양식품이 대단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현재 주가가 1년 만에 100% 넘게 오른 상황이지만 실적을 고려하면 추가 상승 여력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여름 여행 성수기에도 주가 모멘텀이 나타나기 힘들 것이라는 진단이 많다. 신민석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항공유가 오르면서 연료비가 올라 실적 전망이 악화되고 있다”며 “2·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0%가량 감소한 1,219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투자란 결국 돈을 좇는 행위인 만큼 기업의 이익이 좋으면 오너의 부정도 가려진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의 관계자는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구속으로 각종 논란의 중심에 있었지만 삼성전자는 어닝 서프라이즈에 주가도 ‘역대급’ 상승을 보였다”며 “투자는 돈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여론과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