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MB) 전 대통령이 “4대강 물그릇(수자원 확보량)을 8억t으로 늘리고, 낙동강 최소수심을 6m로 하라”고 지시하자, 국토교통부가 지시 근거도 모른 채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을 발표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4일 이러한 내용을 포함해 4대강 사업의 네 번째 감사인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실태 점검 및 성과분석’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4대강에 수자원 확보를 위한 보를 대규모로 설치하게 된 것도 처음부터 이 전 대통령의 지시였다. 환경부 역시 4대강 사업으로 보를 설치하면 조류농도가 증가할 것이란 예측결과가 나왔음에도 “조류와 관련된 표현을 삼가 달라”는 대통령실 요청 등에 따라 공론화를 하지 않고 침묵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5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사업 감사 필요성을 제기하고 이틀 뒤 녹색연합 등 40개 환경단체가 4대강 공익감사를 청구하자, 감사원은 작년 7월 감사에 착수, 정책결정을 포함해 사업 전반의 ‘과정’을 밝히는 데 집중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4대강 사업은 이 전 대통령이 2008년 6월 대운하사업 중단 선언 후 두 달 뒤 국토부 장관에게 “하천정비사업을 해보자”고 지시해 시작됐다.
같은 해 11∼12월 국토부는 “제방을 보강하고, 준설 등을 통해 홍수를 방지하겠다”고 ‘4대강 종합정비방안’(13조9,000억원)을 보고했다.
그러자 이 전 대통령은 “보를 설치해 수자원을 확보하고, 가장 깊은 곳의 수심은 5∼6m로 굴착하라. 장석효의 용역자료를 마스터플랜에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이 전 대통령 최측근이었던 장석효씨는 서울시 청계천복원추진본부장과 행정2부시장을 거쳐 대통령직 인수위의 한반도대운하TF 팀장을 역임했다.
국토부는 검토 결과 “보는 연중 일정 수심을 유지해야 하니 대통령 지시사항인 준설과 보 설치만으로는 수자원 확보의 근본 대안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당시 국토부 장관이 “그런 내용을 어떻게 보고하느냐”고 말해 보고를 못 했다.
2009년 2월 국토부는 최소수심 6m는 사실상 운하와 마찬가지라고 보고, 이 전 대통령에게 “최소수심 2.5∼3m면 홍수예방이나 물 부족 대처에 충분하고, 추후 3∼4m만 추가 준설하면 운하 추진도 가능하다”고 보고했다.
이 전 대통령은 보고 당일 최소수심을 3∼4m, 다음날 4∼5m로 하라고 직접 지시했다.
2009년 4월 8일 국토부가 “낙동강 하류 최소수심을 4m로 하고, 전체 수자원 4.9억t을 확보하겠다”고 보고하자 이 전 대통령은 “낙동강의 최소수심을 6m로 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같은 달 21일 국토부 차관 주재 긴급회의에서 대통령실 행정관은 “통치 차원에서 향후 부족한 물 확보 필요 인식. 물그릇을 4.8억t에서 8억t으로 늘려야 한다”고 대통령실 협조 당부사항을 전달했다.
이에 국토부는 대통령의 지시가 어떤 근거로 산정됐는지, 지시내용이 타당한지 기술적인 분석을 하지 않은 채 같은 달 24일 ‘낙동강은 최소수심 4∼6m, 16개 보를 설치해 총 7억6,000만t의 수자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대통령에게 보고해 수락받고, 27일 발표했다.
이후 2009년 6월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이 확정됐다.
감사원은 이 전 대통령이 왜 그러한 지시를 했는지 직접 듣고자 했으나, 이 전 대통령이 감사원의 방문이나 질문서 수령을 거부해 확인하지 못했다. 감사원법상 대통령의 직무는 감사 대상이 아니라 한계가 있었다는 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결국 감사원은 이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지 못했기에 4대강 관련 지시가 위법한지, 사실상 운하를 만들기 위해 4대강 사업을 한 것인지 확인하지 못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은 “대통령께서 운하에 관심이 많으셨다”고만 진술했다.
환경부는 2008년 대통령직 인수위에 “대운하를 건설하면 보 설치로 수질오염 발생 우려가 있고 치유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2009년 3월 대통령실에 “4대강 사업으로 보를 설치하면 조류 발생 등 수질오염이 우려된다”고 보고했다.
이후 환경부는 대통령실로부터 조류와 관련된 표현을 삼가 달라는 등 요청을 받고는, 그 후부터 조류와 관련된 문안을 보고서에서 삭제하거나 순화시켰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특히 2009년 5월 국립환경과학원이 수질개선대책을 시행해도 4대강 사업 후 9개 보 구간에서 조류농도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결과를 내놓았으나, 환경부는 이를 공론화하거나 추가대책을 검토하지 않아 4대강 사업이 그대로 확정됐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통해 절차상 하자 등 위법사례들도 적발했지만, 4대강 사업이 2013년 초 마무리된 만큼 징계시효(최대 5년)와 공소시효 경과로 징계·수사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국토부 장관에게 “앞으로 사업목적을 명확히 설정하고, 사업효과와 타당성을 철저히 검증, 검토 결과가 충분히 논의되도록 하라”고, 환경부 장관에게 “국민 생활과 관련이 높은 환경영향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 개선대책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외부 전문 연구기관에 의뢰해 4대강 사업의 각종 성과도 분석했다.
대한환경공학회가 수질을 분석한 결과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과 클로로필-a(조류농도)의 경우 개선된 곳과 악화된 곳이 섞여서 나타났고,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은 대체로 악화했으나 원인 분석은 하지 못했다.
녹조의 주요 원인인 남조류는 대체로 증가했고, 낙동강의 경우 보를 설치해 물의 체류 기간이 늘어난 것이 남조류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의 체류시간이 9일에서 100일로 늘었다는 사실은 감사원의 두 번째 감사에서 확인된 바 있다.
서울대산학협력단의 분석결과 2013년 기준으로 향후 50년간의 4대강 사업에 따른 총편익은 6조6,000억원, 총비용은 31조여원으로, 비용 대비 편익(B/C) 비율이 0.21로 나타났다. B/C 비율이 1.0을 넘어야 사업 경제성이 있다.
하지만 분석대상 기간에 홍수가 없어서 홍수예방 편익이 ‘0원’으로 처리된 점을 고려해야 한다.
/홍승희인턴기자 shhs95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