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북핵 폐기’의 길

폼페이오 美국무의 평양방문

비핵화 시간표 등 문서화로

'디테일의 악마' 차단 계기돼야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 회장




‘6·12 싱가포르 합의’의 핵심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북핵 폐기’다. 그러나 ‘싱가포르 합의’ 이후 20일이 넘도록 북한 비핵화에 대한 진전된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북한은 ‘국가 핵무력 강화’를 위한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는 징후들이 발견되고 있다. ‘핵탄두 및 관련 장비·시설의 은폐 기도’ ‘핵 개발 관련 시설의 유형 은폐와 개수 축소’ ‘함흥 소재 미사일 제조공장 확장’ ‘탄도미사일 탑재차량 및 지원장비 생산’ 등이 대표적인 조짐이다. 이런 징후들이 포착된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5~7일 북한 비핵화를 진전시키기 위해 평양을 방문한다. 그의 방북이 주목받는 것은 ‘미북 정상회담’ 이후 북한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고 실질적 비핵화 담판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분기점이기 때문이다. 즉 ‘포스트 싱가포르’의 풍향계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라는 것이다.


북한 비핵화의 종착역은 모든 핵무기와 생화학무기·탄도미사일을 해체하는 완전한 비핵화(CVID)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이 자신들의 핵 프로그램을 전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믿으면서 다른 비핵화의 길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물질 보유량과 핵탄두 숫자, 핵시설 위치 등을 추정·추측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고농축우라늄(HEU)의 경우 핵물질과 시설을 추정·추측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이런 현실은 북한이 핵탄두나 핵 관련 시설을 은폐해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하는 동인으로 작용해 북한은 충분한 비핵화(SVID)를 목표로 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진실의 순간’은 은닉·은폐한 핵무기, 핵시설, 핵 프로그램을 얼마나 성실하게 신고하는가 여부에 달렸다. 과거 전례를 보면 북한이 최후의 순간까지 ‘커밍아웃’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그래서 이번 폼페이오의 방북은 ‘디테일의 악마’의 첫걸음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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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 핵 신고 문제가 잘 풀린다고 해도 검증과정에서 많은 장애가 있다. 이는 검증과정이 강제성과 무제한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검증과정에서 북한이 ‘자주(성)의 훼손’을 내세워 저항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를 차단할 방안을 강구하는 것도 당면한 과제다. 지난 2005년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9·19공동선언’이 북한의 저항으로 검증의 허들을 넘어서지 못한 전례도 있다. 이런 검증의 중요성에 대해 미국도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최근 강조하고 있다.

한편 북한 비핵화의 속도도 중요하다. 북한이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한 후 국제사회와 가진 다섯 차례 합의의 공통점은 단계적·동시적 접근이었다. 이런 접근은 북한의 지연전술에 휘말려 북핵 문제를 오히려 악화시킨 주범이었다. 바로 신속한 일괄타결의 비핵화 과정만이 비핵화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이번 폼페이오의 방북은 북핵 폐기가 과거의 전철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방안이 마련될 계기여야 한다. 우선 북한의 지연전술을 차단하기 위해 문서로 비핵화 시간표를 만들고 불완전한 핵 신고에 대비한 대안을 명확한 문서로 남겨야 한다. 그리고 모든 핵시설과 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인 검증목록과 검증방법도 문서로 명확히 남겨야 한다. 또 북한의 은폐·은닉·위장 등이 확인될 경우 그에 상응하는 보복조치 방안도 담아야 한다. 그리고 북핵 포기가 확인될 때까지 대북제재의 국제공조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북핵 폐기는 ‘디테일의 악마’의 명확한 내용과 근거가 있어야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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