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발표한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에서 3주택자 이상에 세율을 중과하는 방안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문의 결과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7일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22일 보유세 공청회 이후 기획재정부가 여당의 주문 사항이라며 3주택자 이상 증세를 권고안에 넣을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는 특위 초기에 논의했으나 형평성 문제 등 때문에 추진하지 않기로 했던 사항”이라며 “공청회 후 요구가 왔을 때도 특위는 처음엔 어렵다고 했으나 계속된 요청에 ‘3주택자 이상 과세 강화’라는 문구를 권고안에 추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후 다주택자의 종부세율을 1주택자보다 0.3%포인트 높이는 안으로 구체화해 종부세 개편안을 확정했다. 여당 → 정부 → 재정특위의 경로로 정책 주문이 이뤄졌고 이것이 관철된 셈이다.
이를 두고 여당의 정책 간섭이 도를 넘은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지난 5일 “재정특위는 독자적이고 자율적인 안을 만드는 자문기구”라고 밝혔다. 특위의 권고안 내용 일부를 정부가 하루만에 뒤집자 이를 설명하기 위한 과정에서 나온 말이다. 특위는 독립적으로 나름의 권고안을 만든 것이고 이후 정부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부분은 수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정부가 특위의 안을 일부 수정한 것은 특위에 대한 독립성을 보장했기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여당이 특위 논의 과정부터 관여해 주장을 관철시켰다면 ‘특위는 독립된 기구’라는 청와대나 정부의 설명과 모순이다.
특히 여당이 ‘정치적 이유’로 특위를 이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위는 사회 의견을 수렴하는 일종의 공론화 기구다. 특위가 논의 끝에 내린 결론은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것이라는 정당성을 갖는다. 만약 특위가 권고하지 않은 내용을 정부가 추진한다면 ‘왜 여론이 수렴되지 않은 정책을 하려 하나’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여당이 이런 점을 감안해 자신들이 추진하고 싶은 정책을 특위 권고안에 포함시켰다는 얘기다.
3주택자 중과는 정부도 미온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2일 토론회 때만 해도 기재부 관계자는 “주택 수에 따른 세율 이원화는 형평성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정부 개편안대로면 공시가격 24억원의 집을 가진 1주택자는 지금보다 159만원 종부세가 늘지만 같은 금액의 자산을 가진 3주택자는 568만원 세 부담이 는다. 이는 소위 ‘똘똘한 한 채’에 대한 투기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당의 요청 이후 정부의 입장은 ‘다주택자 세율 중과’로 바뀌었다.
재정특위의 관계자는 “결국 여당이나 정부가 원하는 대로 할 거면 특위를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여당의 정책 간섭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늘어난 인건비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자금 사업은 여당의 ‘작품’이라는 얘기는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기재부에서 난색을 표했지만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주장해 시행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 사업엔 3조원의 국가 재정이 들어간다. 이렇게 막대한 재정을 들여 민간 기업의 임금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여당이 주요 정부 정책을 먼저 발표하는 사례도 빈번해 세종 관가에서는 “일은 공무원이 하고 공은 당이 다 가져간다”는 불만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