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수백억원대 상속세 탈루와 횡령·배임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조양호(69)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기로 하고 보강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9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김종오 부장검사)는 조 회장의 상속세 탈루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보강하며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일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 약사법 위반 혐의로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6일 “피의사실들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이와 관련된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어 현 단계에서 구속해야 할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조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검찰은 당혹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영장 재청구를 검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 범죄사실에 들어간 내용은 혐의를 입증했거나 다툼의 여지가 있다 해도 피의자 측이 단순 부인할 정도의 내용”이라며 영장 범죄사실에서 제외한 부분들을 좀 더 수사한 후에 재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우선 조 회장의 조세포탈 혐의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적시한 범죄사실에는 조세포탈 혐의가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은 조 회장이 아버지인 고(故) 조중훈 전 회장의 외국 보유 자산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상속세를 내지 않은 의혹에 대해 서울지방국세청의 고발장을 받아 수사를 벌여왔다. 조 회장과 그의 형제들이 납부하지 않은 상속세는 5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을 청구할 때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 중심으로 범죄사실을 넣었다”며 상속세 탈루 혐의는 공소시효 문제를 두고 법리적 다툼 여지가 있는 만큼 추가 조사를 통해 재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검찰은 횡령·배임 등 영장에 적시된 5개 혐의에 대해서도 보강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검찰은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는 점을 이유로 조 회장에 대한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검찰 관계자는 “자금 관리인이 진술을 번복한다든지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구속의견서에 충분히 설명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재벌 총수의 권한이 막강한 만큼 사건 관계인들을 회유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거를 확보한 후에 영장 재청구에 대한 결론을 내겠다며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시기는 이번 달을 넘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장유정인턴기자 wkd1326@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