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전 직원이 극비리에 진행돼온 애플 자율주행 사업의 내부기밀을 중국 회사로 빼돌리려다 체포된 사실이 드러났다. 애플이 차기 먹거리로 집중 육성하려던 자율주행 기술이 고스란히 중국으로 넘어갈 뻔했다는 사실에 미국 사회는 적잖은 충격에 빠졌다. 첨단기술 패권을 놓고 미중 간 격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미국은 이번 사건이 중국의 기술도용 실태를 보여주는 명백한 사례라며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 수사당국이 애플 자율주행 사업의 기밀을 훔친 혐의로 전직 애플 엔지니어인 장샤오랑을 기소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5쪽에 달하는 자율주행차 회로기판의 비밀정보를 훔쳐 중국 자율주행차 스타트업 샤오펑모터스에 취업하려 한 혐의다.
기소장에 따르면 장씨는 지난 2015년 12월 애플 자율주행차 프로젝트의 하드웨어 개발 엔지니어로 채용돼 센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회로기판을 설계했으나 올 4월 출산휴가를 받아 중국에 다녀온 뒤 모친의 병환을 이유로 “중국에 가야겠다”면서 사직 의사를 밝히고 샤오펑모터스에 입사할 예정이라고 보고했다.
하지만 관리자로부터 이 사실을 통보받은 애플 보안팀은 내부조사 결과 그가 사내 비밀 데이터베이스를 광범위하게 검색했고 휴가 기간에 애플 자율주행차 실험실에서 회로기판과 컴퓨터 서버를 들고 나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당시 회사 동료들은 그에게 전매특허가 있는 칩까지 보여준 것으로 드러났다. 장씨는 5월 내부조사에서 “회로기판을 들고 나온 것은 회사 내 새 보직으로 옮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조사가 미연방수사국(FBI)으로 넘어가자 혐의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최근 FBI의 자택 수색과정에서는 실험실에서 빼낸 자료를 다운로드해 부인의 컴퓨터에 저장했다고 시인했다. FBI는 장씨가 중국행 왕복항공편을 구매한 사실을 파악하고 7일 출국 직전 새너제이공항에서 그를 체포했다.
‘타이탄’으로 불리는 애플의 자율주행 사업 관련 정보는 직원 13만5,000여명 중 3.7%에만 공유되는 기밀정보에 해당한다. 장씨가 검색한 비밀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그보다 적은 2,700여명뿐이다. 특히 그가 재취업하려던 샤오펑모터스는 폭스콘과 알리바바 등 중화권 정보기술(IT) 거물들이 투자하는 곳이어서 이번 정보가 새나갔을 경우 애플과 미국에 치명타가 됐을 것이라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중국의 기술투자를 제한하는 법이 발의되는 등 중국의 기술도용을 저지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에는 위스콘신주 법원이 미 전력기업 AMSC로부터 기술을 훔친 혐의로 중국 최대 풍력발전기 제조사인 시노벨윈드에 150만달러의 벌금을 물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