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와 이라크 등에서 거점을 상실한 이슬람 급진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총선을 10여일 앞둔 파키스탄에서 잇따라 자살폭탄 테러를 벌이며 다시금 세력을 과시하고 있다. 칼리프국가(이슬람 초기 신정일치국)를 세우겠다는 꿈이 좌절되며 국제사회에서 사라지는 듯했지만 최근 인도네시아 일가족 자폭테러, 파리 흉기 테러에 이어 이번에 파키스탄 유세장 테러 등을 일으키며 오히려 활동무대를 넓혀가는 모습이다.
14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전날 파키스탄 발루치스탄주 주도 퀘타 인근 마스퉁 구역의 유세현장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130명이 목숨을 잃었다. 발루치스탄주의 아그하 우마르 분갈자이 내무장관은 “마스퉁 마을에서 사망자 수가 128명으로 늘었다”며 “부상자는 150여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범인은 1,000명이 넘는 유권자들로 붐비는 집회현장 한복판에서 자폭해 막대한 인명피해를 냈다. 사망자 중에는 이날 유세에 나선 시아파인 신생정당의 후보가 포함됐다. 공격 후 몇 시간 만에 수니파 무장조직 IS는 선전매체 아마크통신을 통해 이번 공격의 배후를 자처했다.
이번 테러에 대해 외신들은 IS 등 이슬람 무장세력이 지역 토착세력과 연계해 유세현장을 집중 공격하는 새로운 형태의 테러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3일에는 파키스탄 북서부 카이베르파크툰크주 반누의 유세현장 부근에서 오토바이에 설치된 폭탄이 터져 4명이 숨지고 39명이 다쳤다. 앞선 10일에는 같은 주의 주도 페샤와르에서 유세현장을 노린 폭탄 공격으로 20명이 목숨을 잃었다. 많은 사람이 운집한 유세현장에서 잇따라 폭탄테러를 자행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켜 또다시 국제사회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협공으로 공멸된 줄 알았던 IS 등 이슬람 무장세력이 되살아나 세를 과시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IS 잔당세력들의 생존력을 머리 하나가 잘려도 금세 다시 다른 하나가 생겨나는 ‘히드라’에 비유한다. 석유 밀거래와 암호화폐 등을 통한 자금 동원력도 여전히 건재해 이 검은 돈줄을 차단하지 않는 한 IS의 세력 확장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대형 폭탄테러가 잇따른 상황에서 정치적으로도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간 대립의 골이 깊어지면서 파키스탄 정국은 혼돈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런던에 머물던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는 13일 라호르공항에 내리자마자 반부패수사기구 요원들에게 연행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샤리프 전 총리의 귀국에 대해 그가 이끄는 여당 파키스탄 무슬림연맹(PML-N)이 야당 테르히르에인사프(PTI)에 밀린다는 여론조사가 나오자 세를 모으기 위해 승부수를 띄운 것이지만 정치 상황은 더욱 불안해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