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업애로 없애 투자 촉진" 립서비스 그쳐선 안된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기업의 적극적인 조력자가 될 것임을 약속했다. 백 장관은 12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의 간담회 후 “민간 차원의 워킹그룹을 만들어 애로사항을 정리하고 장관 집무실에도 개별기업별 상황판을 만들어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기업들의 입장을 전달하는 수준이 아니라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우려를 공격적으로 대변하고 투자 촉진을 위한 것이라면 다른 부처가 담당하는 사안이라도 적극적인 설득에 나설 것이라고도 했다. “기업을 위한 산업부가 되겠다”는 다짐까지 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과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규제로 속을 끓이던 기업들로서는 가뭄 속 단비 같은 소식이다.


백 장관의 다짐이 단순한 말잔치로 끝나서는 안 된다. 그러기에는 작금의 현실이 너무 다급하다. 안으로는 2년 연속 두자릿수로 인상되는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무 시행으로 비용부담이 급증하고 밖으로는 미중 무역전쟁 확전과 원유를 비롯한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악재에 직면해 있는 것이 국내 기업의 현주소다. 소매판매와 설비투자는 이미 수개월째 감소세로 돌아섰고 마지막 버팀목이던 수출도 하반기 전망이 밝지 않다. 한국은행이 3%였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낮춘 것은 이러한 국내 기업들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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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상황을 극복하려면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것 외에는 없다. 전 세계적인 흐름인 4차 산업혁명 대응조차 어렵게 하는 한국의 규제환경으로는 꿈도 못 꿀 일이다. 기업의 발에 채운 족쇄를 푸는 구체적인 행동이 중요하다. 정치권을 설득해 국회에서 수년째 잠자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법과 규제프리존법 같은 족쇄를 하루빨리 벗겨줘야 한다. 투자와 연구개발에 대한 세제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 투자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면 다른 부처나 여당, 나아가 청와대에도 싫은 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산업부 장관 직무실에 마련될 기업애로상황판이 청와대 일자리상황판의 재판이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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