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촬영, 연인 상대 폭력, 감금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잇따라 벌금형이 선고됐다.
18일 서울서부지법에 따르면 이 법원 형사4단독 이진용 판사는 여성의 몸을 몰래 촬영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기소된 주차관리원 백모(44)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백씨는 지난해 9월 서울 은평구 공용주차장 사무실에서 짧은 치마를 입고 의자에 앉아 주차장 이용신청서를 작성하는 피해자를 무음 카메라 앱을 이용해 촬영하는 등 총 5차례에 걸쳐 타인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백씨는 재판에서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의 시야에 비치는 피해자의 전신을 그대로 촬영했고 피해자들의 의상이 과도하게 노출되지도 않았으므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촬영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판사는 “백씨가 찍은 사진은 모두 피해자들의 허벅지 부분이 화면 중앙 부근에 있었고 화질이 상당히 선명했다”며 백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판사는 다만 백씨의 공소사실 중 짧은 치마를 입고 앞에서 걸어가는 여성의 뒷모습을 촬영한 것은 “피해자의 자연스러운 뒷모습을 상당히 떨어진 거리에서 특별한 각도나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촬영했다”며 무죄로 봤다.
애인의 외도를 의심하다가 폭행에까지 이른 피의자에게도 벌금형이 선고됐다. 판사는 지난해 6월 10일 서울 은평구 한 모텔에서 연인을 때리고 목을 조른 혐의(상해 및 폭행)로 기소된 김모(33)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김씨는 애인이 친구들과 찍은 사진 속에 낯선 남자가 찍힌 것을 보고 바람을 피웠다고 의심하면서 추궁하던 중 피해자의 뺨을 4회 때리고 목을 세 차례 움켜잡은 혐의를 받았다. 이 판사는 김씨가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점과 피해자에게 350만원을 건넨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피해자를 세 차례 더 폭행한 혐의도 받았지만, 피해자가 350만원을 받으면서 김 씨가 다시는 연락하지 않는 조건으로 합의서를 써줌으로써 처벌불원 의사를 밝힌 점이 인정돼 해당 혐의 공소는 기각됐다.
서부지법 형사7단독 조상민 판사는 3년 사귄 연인을 호텔 방에 가둔 혐의(감금 및 재물손괴)로 재판에 넘겨진 명모(41)씨에게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명씨는 지난해 8월 18일 인천의 한 호텔 객실에서 연인과 다투다가 폭언과 욕설에 겁을 먹은 피해자가 방을 나서려 하자 앞을 가로막고 몸을 밀치면서 나가지 못하게 해 약 30분간 감금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이때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가져가서는 5일간 돌려주지 않은 혐의도 추가됐다. 명씨는 “피해자가 위험한 행동을 해 제지하려던 것일 뿐이고, 휴대전화는 수리해서 4일 뒤 돌려줬다”고 주장했으나 재판 당시에 사실과 달리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 판사는 “피고인은 합리성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잘못을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약식명령의 형보다 다소 높게 형을 정한다”고 밝혔다.
/이서영인턴기자 shy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