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12 제자 중 한 명인 성 토마스. 그는 용감하였고 비합리적인 것을 용납하지 않았지만 신심이 깊지 않아 의심이 많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성 토마스는 부활 한 예수를 의심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십자가에 못 박히시기 전 로마병사들의 창에 찔린 상처를 보여주며 직접 손가락을 넣어보라고 했던 그 장면을 그린 카라바조의 ‘의심하는 토마스(The incredulity of Saint Thomas)’. 이 작품은 바로크 시대( 16세기 ~ 18세기)의 대표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양미술의 역사를 주요 대표작으로 소개하는 김최은영(사진) 미술평론가 겸 경희대 겸임교수가 지난 17일 고척고등학교 학생들을 위해 고인돌 강좌 ‘원 포인트 서양미술사’ 강의를 시작했다.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생애 주기별 인문학 아카데미로 올해 6년째다. 이번 강좌는 고척도서관의 지역학교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준비됐다.
김최 교수는 15세기 르네상스 미술을 시작으로 바로크, 로코코, 신고전주의, 낭만주의에 이르기까지 약 300년간 서양 근대의 대표 미술작품을 소개하며 사회적인 변화에 따라 화풍이 어떻게 바뀌게 되는지를 설명하면서 각 시대별 특징을 설명했다. 핵심 골자는 이렇다.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작인 최후의 만찬(레오나르도 다빈치), 최후의 심판(미켈란젤로, 부우나로티) 혹은 아테네학당(라파엘로 산치오) 등의 작품은 로마미술로 돌아가 인간성을 회복하자는 데 방점이 찍혀있어요. 바로크 미술 시대의 작품인 의심하는 토마스(카라바조), 야경, 야간순찰(램브란트), 혹은 시녀들(벨라스케스) 등을 보면 르네상스에 비해 파격적이고 감각적인 표현이 특징입니다. 여러가지 미술 사조가 한꺼번에 등장했던 시기이기도 하죠. 이때에는 종교개혁, 과학기술혁명 등으로 서양의 역사가 대변혁을 맞이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미술 역시 그러한 시대적 배경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신 고전주의를 넘어 낭만주의로 넘어오면 인간의 감성을 그림에 표현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를테면 고야가 그린 ‘카를로스 4세 가족의 초상’에는 그림을 그릴 때 작가의 의도를 읽어낼 수 있을 정도가 된 것입니다. 이때부터는 작가의 주관적인 생각이 작품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성경이나 신화를 배경으로 한 그림은 인간들이 알고 있던 지식을 캔버스에 옮겨 담았다면 점차 화가가 눈으로 확인 한 것만을 그리던 시대를 넘어 화가의 주관이나 감성까지 표현하는 방향으로 진화 발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최 교수는 작품을 감상할 때 도움이 되는 포인트도 설명했다. “프리드리히의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는 한 남자의 뒷모습을 그렸습니다. 얼굴을 보지 않고도 휘몰아치는 바다 앞에 서 있는 남자의 어두운 표정이 느껴질 정도이지요. 마치 속 상한 일이 있는데 남들에게 들키기는 싫지만 나의 이러한 기분을 누군가는 조금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읽을 수가 있습니다. 작품은 ‘조금 힘들어도 괜찮아’ 라고 관람객을 위로하는 것 같지요. 작품을 보면서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답니다.” 총 3강으로 구성된 이번 강좌는 1강 낭만주의 vs 인상주의 2강, 야수파 vs 입체파, 3강, 세계 2차대전으로 확 바뀐 미술 등으로 진행된다.
한편, 제 6기 고인돌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산하 22개 공공도서관과 50여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문·사·철(文·史·哲)을 바탕으로 미술·음악·건축·과학·경제학 등으로 주제를 확장해 오는 11월까지 생활 속 인문학 강연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시교육청 평생학습 포털 에버러닝에서 확인할 수 있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