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우리나라 최초 고공농성 벌인 여성 노동자 '강주룡'의 삶은

제2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자 박서련 작가

일제강점기 평양서 고공농성한 강주룡의 삶 다룬 '체공녀 강주룡'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2015~2016년 사이에 처음으로 강주룡이라는 이름을 들었었던 것 같습니다. 조선 한반도 최초로 고공농성을 벌였다는 것이 여성이었다는 것이 충격으로 다가왔고 누군가 이 사람의 이야기를 했으면, 그리고 누군가가 하기 전에 제가 먼저 하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겨레문학상의 스물 세 번째 수상작 ‘체공녀 강주룡’의 박서련 작가는 강주룡이라는 인물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서울 종로구 설가온에서 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 작가는 “잡지 ‘동광’ 제23회에서 인터뷰한 강주룡의 육성에 많이 귀를 기울였다”며 “강주룡은 인터뷰에서 남편이 귀엽다는 말을 했었는데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의 성격이 어떨지, 남편이랑 헤어졌을 때 어땠을지 등을 상상하며 채워넣는 과정이 즐겁기도 했다”고 전했다. 박서련은 지난 2015년 단편 ‘미키마우스 클럽’으로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체공녀 강주룡’은 1931년 평양 평원 고무 공장 파업을 주동하며 을밀대 지붕에 올라 우리나라 최초로 ‘고공 농성’을 벌였던 여성 노동자 강주룡의 일생을 그린 전기 소설이다. 소설은 1·2부로 나뉘어 강주룡의 삶을 이야기한다. 1부에서는 스물이라는 늦은 나이에 다섯 살 연하의 최전빈과 혼례를 치르고, 남편을 따라 독립군 부대에 들어가며, 가족을 따라 강계에서 간도, 다시 사리원으로 이어지던 시절의 이야기가 나오고 2부에서는 사리원을 떠나 도착한 평양에서 고무 공장 일을 하며 모던 걸을 꿈꾸면서도 파업단에 가입하고 정달헌과 함께 적색노동조합원으로 활동하며 공장주들에게 투쟁하다 끝내 을밀대 지붕 위에 오르고야 마는 순간까지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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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작품에는 작가가 구사하는 간도 사투리가 눈에 띈다. 너무 맛깔스럽게 구사된 사투리 때문에 심사위원들의 ‘새터민일 것이다’, ‘나이 지긋한 기성 작가일 것이다’와 같은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정작 박 작가는 사투리 구사를 위해 철저한 고증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너무 고증이 잘 되어서 현대 서울말을 쓰는 사람이 못 알아들을 정도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입말로 되내어 보면서 썼다”고 밝혔다.

앞으로의 집필 계획에 대해 박 작가는 “다른 일을 하지 않아도 작가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구상 단계에 있는 소설들이 있는데 앞으로도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고 전했다.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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