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속초는 푸른 동해와 남한 제일의 명산(名山)인 설악산을 함께 품은 관광지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바닷가와 항구가 옹기종기 모여 있어 설악산 국립공원을 제외하면 웬만한 여행 명소는 도보로도 충분히 이동이 가능하다. 올여름 특별히 먼 곳으로 떠날 필요 없이 주말 또는 휴가를 이용해 가족들과 속초를 한 바퀴 둘러보면 큰돈 안 들이고 알찬 여행을 즐기고 돌아올 수 있다.
속초의 핵심 명소는 뭐니 뭐니 해도 설악산이다. 하지만 푹푹 찌는 ‘가마솥더위’에 설악산을 꼭대기까지 오르겠다고 덤볐다가는 불쾌지수만 오르고 함께 간 일행과도 얼굴 붉히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강원도라 서울보다는 확실히 덜 덥지만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한여름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속초의 날씨도 오후에는 30도 안팎을 오르내린다. 그래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산행을 가지 않는다고 해서 설악산을 즐기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강원도 인제군에 위치한 설악산 국립공원에는 속초를 여행하는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자리 잡은 케이블카가 있다. 오전9시부터 오후6시까지 3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이 케이블카는 해발 700m의 권금성 구간을 왕복한다. 권금성은 고려조 고종 40년(1253년)에 몽골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세운 성으로 지금은 성벽이 거의 허물어져 터만 남아 있는 상태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우측에 보이는 계단을 따라 10분 정도 올라가면 권금성 구간의 정상인 봉화대가 나온다. 봉화대 꼭대기에 서면 웅장한 위용을 뽐내는 갖가지 기암괴석들이 한눈에 보인다. 현장에서만 구매가 가능한 케이블카 이용티켓은 주말의 경우 최소 1~2시간은 줄을 서서 대기해야 손에 쥘 수 있다. 이용요금은 대인 1만원, 소인 6,000원(유아는 무료)이며 예기치 못한 강풍이나 우천으로 운행이 중단되면 금액을 전액 환불받을 수 있다. 케이블카 운행은 손님이 많을 때는 5분, 적을 때는 15분 간격으로 이뤄진다.
국립공원 안쪽으로 들어가면 단아한 기품을 자랑하는 신흥사가 나온다. 이 절은 조선 인조 22년(1644)에 재건된 사찰로 원래는 신흥사 위쪽에 신라 진덕여왕 6년(652)에 자장율사가 세운 ‘향성사’라는 절이 있었으나 1642년 화재로 사라졌다. 신흥사 경내에는 마당을 중심으로 극락보전과 출입문인 보제루가 마주하고 있고 좌우에 승려들이 거처하는 운하당과 수행 장소인 적묵당이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 3월 조선시대 왕실의 안녕을 기원하고 세상을 떠난 왕과 왕비의 명복을 비는 원당(願堂)사찰이던 극락보전을 보물로 지정 예고하기도 했다. 특히 신흥사 입구에서 방문객을 맞이하는 대형 청동불상인 ‘통일대불’은 높이 14.6m, 좌대 지름 13m로 존재감이 압권이다.
도시 전체를 한눈에 조망하려면 ‘속초 등대 전망대’로 가면 된다. 속초시 영랑동에 위치한 이 전망대는 경사가 꽤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뜨거운 햇볕 아래 줄줄 흐르는 땀을 닦으며 전망대에 오르면 속초 시가지와 동해·설악산이 한데 어우러진 멋진 풍경을 기억 속에 담아갈 수 있다. 땀 흘리며 계단을 오르는 수고는 잠깐이고 그에 대한 보상은 확실한데 입장료 한 푼 받지 않으니 가만히 경관을 감상하노라면 ‘소확행(小確幸·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따로 없다 싶다.
속초에는 소박한 풍경을 자랑하는 항구들이 참 많은데 관광객들이 가장 즐겨 찾는 명소로 손꼽히는 곳은 ‘대포항’이다. 일제강점기에 처음 형성된 대포항은 지금은 소형 어선들만 오가는 한적한 포구다. 속초 중앙시장 인근에 있으며 원형의 항구 둘레로 횟집과 튀김을 파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다. 항구를 등지고 방파제를 따라 걸음을 옮기면 보이는 빨간 등대는 대포항의 명물이자 방문객들의 ‘인증샷’ 포인트로 유명하다.
6·25전쟁 이후 실향민들이 동해 속초 앞바다에 터를 잡고 살면서 형성된 ‘아바이마을’도 가볼 만하다. 함경도 출신 가운데서도 특히 나이 든 사람들이 많아 함경도 사투리인 ‘아바이’를 마을 이름으로 붙였다고 한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함경도식 순대를 판매하는 음식점들이 모여 있다. 이 마을로 들어가려면 중앙시장 인근의 ‘갯배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된다.
/글·사진(속초)=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