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분명한 동의가 없는 성관계는 강간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을 담은 성범죄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영국 BBC 방송의 18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국회에 출석, 강간 사건에서의 모호성을 제거하는 방안으로 ‘성적 동의’(sexual consent)를 규정한 새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논란에 대한 기준을) 명백히 하기 위함”이라며 “노(No)라고 말하는 것은 노(No)를 의미하고, 예스라고 말하지 않아도 노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 법안은 지난주 양성평등 장관을 겸하고 있는 카르멘 칼보 부총리에 의해 처음 공개됐다. 칼보 부총리는 “‘예스만이 예스를 의미한다’(only yes means yes)는 접근이 자율성과 자유 그리고 개인과 그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존중을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이 법안은 2016년 스페인 팜플로나에서 발생한 집단성폭행 사건에 대한 스페인 법원의 솜방망이 판결에서 촉발됐다. 산 페르민 소몰이 축제에서 세비야 출신 남성 5명이 18세 여성을 집단 성폭행해 22년을 구형받자 여성이 성행위에 동의했다고 주장했고, 법원은 집단성폭행이 아닌 성 학대혐의를 적용해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스페인 형법은 강간 혐의를 입증하려면 폭행이나 협박의 증거가 있어야 하고, 성학대 혐의가 적용돼 형량이 낮아진다. 지난 4월 말에는 스페인 전역에서 “성적 학대가 아니라 강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법원 판결에 반발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법은 성행위를 하기 전 상대방으로부터 언어적 또는 몸짓으로 명백한 동의를 얻어야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밖에도 아이슬란드, 잉글랜드, 아일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키프로스, 벨기에, 독일 등에서도 유사한 내용을 담은 성범죄 관련 법이 시행 중이다.
/권혁준인턴기자 hj779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