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메이저대회 최종일 경기에서 듣기 어려웠던 함성이 살아났다. 영국 스코틀랜드 앵거스의 커누스티 골프링크스에 모인 관중들은 익숙한 이름이 모처럼 순위표 상단을 장식하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3·미국)였다.
23일(한국시간) 열린 브리티시 오픈(디 오픈) 4라운드. 우즈가 선두(공동 포함) 자리를 차지한 시간은 20분 남짓이었지만 전 세계 골프팬들은 오랜만에 설렘을 느낄 수 있었다. 우즈는 우승을 차지한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8언더파)에 3타 뒤진 5언더파 공동 6위로 마감했다.
비록 정상에 오르지 못했지만 우즈는 메이저 무대에서 우승 경쟁력을 확인했다. 그는 잭 니클라우스(미국)의 메이저 통산 최다승(18승) 기록을 쫓고 있다. 스캔들과 허리 부상 속에 그는 지난 2008년 US 오픈 우승(통산 14승) 이후 10년째 메이저 정상에 서보지 못했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 승수(79승)도 2013년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이후 5년 동안 추가하지 못했다. 2016년과 지난해를 거의 ‘휴업’ 상태로 보낸 우즈는 네 번째 허리 수술을 받고 복귀했다. 특히 3라운드와 바람이 강하게 분 최종라운드에서 선두 다툼을 벌였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메이저 톱10 입상은 2013년 디 오픈 공동 6위 이후 5년 만이다. 최고 16m를 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저탄도의 2번 아이언 ‘스팅어 샷’은 전성기 적 그대로였다.
이날 공동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6위로 출발한 우즈는 4번(파4)과 6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고 잇달아 벙커에 빠진 8번(파3)과 9번홀(파4)에서 파를 지켜내며 팬들을 흥분시켰다. 10번홀을 마쳤을 때는 선두 그룹에 있던 선수들이 타수를 잃으면서 단독 선두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11번홀(파4)에서 세컨드 샷을 왼쪽으로 보낸 끝에 2타를 잃고 이어진 12번홀(파4)에서 보기를 보태면서 추진력을 잃고 말았다. 우즈는 여전한 티켓 파워도 과시했다. 이번 대회 참관 갤러리는 17만2,000명으로 집계돼 커누스티 골프링크스에서 열린 디 오픈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세계랭킹 71위에서 50위로 올라선 우즈는 메이저에 버금가는 특급대회인 월드골프챔피언십(WGC) 시리즈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출전권도 확보했다. 다음달 3일 개막하는 이 대회는 우즈가 8승을 거둔 ‘텃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