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연체율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조정의 여파로 고용이 불안정한데다 가계소득이 떨어지면서 연체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의 경우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20%에 육박한데다 금리상승에 따른 채무상환 부담이 커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이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까 우려된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저축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연체율은 6.1%에서 6.7%로 크게 증가했고 신협과 농협 등 상호금융권의 신용대출 연체율도 1.38%에서 1.65%로 뛰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상기 가계부채 부실은 가장 먼저 2금융권 신용대출에서 찾아온다”며 “제2금융권의 연체율 상승 흐름이 1금융권 또는 기업대출로 번지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상 2금융권 신용대출의 대부분은 은행에서 밀려난 저신용자로 고금리여서 금리 상승기에 더 직접적이고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지난 1·4분기 저축은행의 일반신용대출 가중평균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평균 20.63%였고 소액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23.43%에 달했다. 올 초 최고금리가 24%로 인하되고 금융당국이 규제에 나서 소폭 내렸음에도 여전히 20%대 고금리 대출에 저신용 차주가 몰려 있는 것이다. 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면 저소득층의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은 갈수록 커지기 마련이고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의 연체율 증가는 취약계층 가계대출 부실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저축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잔액 중 7~10등급의 저신용 차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3월 말 기준 3명 중 1명꼴인 33.2%에 달한다. 그런데 올해 들어 저소득층의 가계소득이 감소했다는 점이 연체를 늘린 직격탄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4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 가계의 명목 소득은 128만6,7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 줄었고 소득 하위 20∼40%(2분위) 가계 역시 4.0% 감소했다.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경기 하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소매금융은 직장인 대출이 많은데 저축은행 연체로 나타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시중은행들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저축은행으로 넘어오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점도 예의주시해야 할 부분이다. 저축은행의 가계신용대출은 1년 만에 2조원가량 늘어나면서 3월 말 잔액이 15조6,000억원을 넘어섰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 시절에 생활이 어려운 취약 계층이 싼값에 돈을 빌려 썼다가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늘어난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은 지난해 3월 말 기준 위험가구(가계부실위험지수가 100을 초과하는 가구)는 전체 부채 가구의 11.6%(127만1,000가구)이며 이들은 총 금융부채의 21.2%를 차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위험가구는 34만6,000가구로 이들의 금융부채는 전체의 5.9%다. 한은은 대출금리가 1.0%포인트 오르면 고위험가구가 39만가구로 증가하고 이들의 금융부채 비중도 7.5%로 확대될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