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카드

이익 준 카드사...고금리 카드론만 늘렸다

4개 카드사 상반기 잔액 16조

당국 대출총량 7% 규제에도

되레 작년말 대비 10% 늘어

"연말까지 맞추면 돼" 경쟁과열

2615A10 4대 은행계 카드사 카드론 잔액 추이



금융당국의 카드사 7% 대출총량규제를 비웃기나 하듯 상반기에 4대 은행계 카드사의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잔액이 10%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주사들의 순위 경쟁에다 경기침체 및 대출규제 풍선효과로 인해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밀려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향후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고금리 대출이자 다중채무자들이 대부분인 카드론 대출의 부실이 우려돼 당국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카드·KB국민카드·우리카드·하나카드 등 4개 은행계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올 상반기 기준 15조9,458억원으로 지난해 말(14조4,844억원)보다 1조5,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연말까지만 7% 기준을 맞추면 되기 때문에 허점을 노려 상반기에 과열경쟁을 펼친 것이다.

업계 1위 신한카드의 경우 6조4,632억원으로 지난 연말 대비 8.7% 증가했고 국민카드는 4조9,700억원으로 9.1% 늘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의 리딩금융그룹 경쟁이 가열되면서 카드사들의 대출규모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카드는 2조3,547억원으로 무려 19.2%나 확대됐고 하나카드는 2조1,579억원으로 7.1% 증가해 간신히 7% 수준을 맞췄다.


금융권에서는 대출 증가율을 연말에만 전년 대비 7%를 맞추면 되기 때문에 상반기의 과당경쟁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해까지 금융위원회가 매달 카드사 관계자들을 소집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점검했지만 올해 들어 관리가 느슨한 게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시중은행의 대출 규제 강화로 2금융권으로 넘어오는 풍선효과와 함께 경기악화로 급전이 필요해 고금리 대출을 받는 서민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4·4분기부터는 중금리대출이 총량규제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영업전쟁은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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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카드사들은 수수료 인하 압박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고이율 상품인 금융 분야를 늘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수수료 인하에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까지 겹쳐 수익성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이익기여도가 높은 부문에서 공격적인 영업을 멈출 수 없다는 주장이다. 카드사의 한 고위관계자는 “신용판매 부문에서 계속되는 수수료 인하로 남는 게 없으니 파이낸싱 부문에서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카드론은 당장 목돈이 필요한 차주가 언제든지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기는해도 연평균 금리가 15~20%를 웃돌 정도로 높다. 따라서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이자 상환부담에 따른 연체 가능성으로 직결돼 가장 먼저 부실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심화하고 금리가 오르면 저축은행과 카드론 부실이 우려되고 상당수는 다른 대출도 보유한 다중채무자여서 다른 금융기관까지 연쇄적으로 파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4개 카드사의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 잔액은 신한카드 1조8,971억원, 국민카드 1조2,199억원, 우리카드 5,818억원, 하나카드 5,782억원 등 4조2,770억원으로 소폭 늘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약탈적인 고금리대출 마케팅에 대한 경고와 함께 하반기 현장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해에도 금융당국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카드론 영업을 확대하지 말 것을 경고하기도 했다.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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