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세의 대통령 보좌관이 정부 반대 시위에 나선 시민을 폭행하고 공금을 사적으로 유용하는 등 권력을 남용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사건 이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유일한 책임자는 바로 나”라며 사건이 보도된 지 6일 만에 마크롱 대통령이 직접 해명에 나섰지만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었다는 평가다.
마크롱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저녁 파리 시내에서 여당인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가 주최한 비공개 행사에 참석해 “지난 5월 1일 일어난 사건은 중대하고 심각한 일로, 내게는 실망이자 배반이었다”면서 “내 측근이거나 비서실의 그 누구도 법을 피해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책임자를 찾는다면 그건 바로 나다. 나 혼자 유일하게 책임이 있다. 알렉상드르 베날라를 신임한 것도, 그의 정직 처분을 승인한 것도 나”라고 강조했다고 르몽드가 참석자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이른바 ‘베날라 게이트’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랑스 경찰이 지난 21일 파리 근교 이시레묄리뉴에 위치한 알렉상드르 베날라 전 엘리제궁 보좌관의 자택을 수색했다고 보도했다. 엘리제궁은 베날라 전 보좌관이 폭행 등 혐의로 경찰의 구속수사를 받게 되자 지난 20일 그를 해임했다.
베날라 전 보좌관을 둘러싼 논란은 19일 일간 르몽드가 노동절(5월1일) 당시의 집회영상을 공개하면서 촉발됐다. 당시 베날라 전 보좌관은 경찰 헬멧을 쓴 채 한 남성의 목을 잡아채 쓰러뜨린 후 목과 얼굴을 폭행했다. 외신들은 경찰이 같은 행동을 했어도 과잉진압 논란이 벌어질 만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노동절 직후 엘리제궁과 내무부가 사안을 인지한 뒤에 베날라가 정직 15일의 가벼운 처분만 받고 복귀한 것에 대해 ‘대통령 측근 봐주기’ 아니냐는 비난이 거세다.
베날라는 마크롱의 대선 후보 시절 사설 경호원으로 고용됐다가 마크롱의 집권과 동시에 엘리제궁에 보좌관 겸 수행 비서로 입성했다. 그는 경호실 요원이 아님에도 대통령의 의전과 경호에서 전권을 휘두르고 경찰 등 사법기관을 상대로도 권한을 남용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야권의 줄기찬 요구에도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베날라 게이트로 마크롱은 정치적 치명상을 입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여론조사기업 입소스(IPSOS)의 최신 조사에서 마크롱의 지지율은 한 달 전보다 4%포인트 떨어진 32%로 작년 취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이 조사는 베날라 게이트가 르몽드의 보도로 막 터져 나온 뒤인 20∼21일 유권자 99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리서치업체 엘라베의 다른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0%가 베날라 게이트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고 답하는 등 여론은 이번 사안을 매우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