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경기도 이천에 메모리반도체 공장(M16)을 짓는다고 27일 밝혔다. 서버·PC·스마트폰 등에서 크게 늘고 있는 메모리칩 수요에 맞춰 최대 15조원 규모의 투자에 나선 것이다. 올 2·4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이 -6.6%를 기록할 만큼 투자 가뭄 속에 단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말부터 이천 본사 내 5만3,000㎡ 부지에 건설되는 M16의 완공 시점은 오는 2020년 10월이다. 투자 규모는 건설비용 3조5,000억원을 포함해 반도체 장비 반입 등 후속 투자까지 총 15조원에 달한다. 서울대 경제연구소는 2026년까지 신규 공장의 생산유발 효과가 80조2,000억원, 부가가치유발 효과가 26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도 34만8,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 투자는 시장 수요에 대한 선제 대응이다. 시장 일각에서 D램이 단기 공급과잉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메모리 칩 수요 급증은 아직 유효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전날 2·4분기 실적 발표에서 SK하이닉스는 미국과 중국의 데이터 증설 수요, 게임용 고사용 PC 수요 등으로 내년에도 D램 수요가 탄탄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말 중국의 시장 진입으로 가격 하락 우려가 큰 낸드도 가격 하락이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중저가 모바일 제품에서 고사양 낸드 사용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계가 미세공정 한계에 부딪혀 데이터센터·자동차·모바일 등에 탑재되는 반도체 양이 크게 늘고 있음에도 생산량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며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오는 2020년 완공되는 신규 공장은 D램 생산 이후 업황에 맞춰 낸드 등으로 생산 품목을 확대할지 결정한다. 반도체 장비 반입 결정도 같은 메커니즘으로 돌아간다.
이번 투자는 최근 급속한 경기 침체와 맞물려 대기업 투자를 호소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화답하는 측면도 있다. 하이닉스도 이번 결정이 장비·소재 업체 등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낙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번 증설 투자는 정부·지자체 등 여러 이해 관계자들과의 소통 속에서 이뤄냈다”며 “혁신성장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국내 반도체 상생 생태계를 강화함으로써 국민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지난 2015년 완공된 M14와 현재 건설 중인 청주 공장을 포함해 이번 이천 공장까지 3개의 공장 증설을 결정했다. 완공 이후 장비 반입이 이뤄지면 3개 공장에 투자되는 금액은 총 46조원이 넘는다.
/이상훈·신희철기자 s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