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시승기입니다. 게으른 탓도 있겠지만(사실 빼박 그 탓임) 주말에만 바이크를 타는 주말형 라이더라 바이크 세 대 타는 것만으로도 바빴거든요. 이번 시승 바이크는 혼다의 CB300R입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바이크고 실제로도 장점이 많은 모델이더군요.
일단 장점 하나. 가볍고 시트고가 적당합니다. 공차중량이 145㎏로 같은 300㏄급 네이키드 바이크인 야마하의 MT-03(168㎏)이나 BMW모토라드의 G310R(158㎏)보다 가볍습니다. 저처럼 무겁고 높은 바이크가 여태껏(!) 두려운 사람들에게는 큰 장점입니다. 덕분에 금방 평소 타던 바이크처럼 편해집니다.
시트고는 800㎜로 낮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범접 못할 시트고도 아닙니다. 저는 까치발이지만 가벼우니까 이 정도 높이는 괜찮겠다 싶은 수준이죠. 착석샷(?)으로 보실까요.
더 다양한 착샷을 찍고 싶었지만 친구가 없어서 여기까지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장점. 가벼운 무게에 부드럽고 안정적인 가속감, 가벼운 핸들링이 더해져 타기가 쉽습니다. 125㏄에서 쿼터급으로 넘어오고 싶은 분들, 이제 갓 면허를 땄지만 쿼터급에서 시작하고픈 분들, 출퇴근용 바이크를 원하시는 분들에게 딱입니다. 조금 심심한 듯한 주행감이지만 두고두고 편하게 타기 좋습니다.
그 와중에 안전을 중시하는 혼다답게 동급 최초로 프론트·리어 양쪽에 ABS를 적용했습니다. 주로 고가 바이크에서 찾아볼 수 있는 관성측정장치(IMU)까지 도입됐습니다. 대강 ABS를 더욱 섬세하게 작동하게 제어해주는 장치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급제동할 때 앞바퀴의 제동력을 알아서 줄여줘서 뒷바퀴 털림을 제어해줍니다. 두어번 급제동을 해 봤는데 잘 멈추더군요.
그리고 연비가 참으로 훌륭합니다. 무려 리터당 42.5㎞. 제가 약 500㎞를 시승하면서 돌아오는 길에 기름이 두 칸 남았길래 한 칸까지 떨어지면 주유소 들러야지, 라고 생각하고 한참을 달리고 달렸는데 좀처럼 떨어지질 않더군요. 제 바이크인 가와사키 W800, KTM 듀크390을 탈 때와는 매~~우 대조적인 느낌이었습니다.
사소한 점일 수도 있겠지만, 엔진의 열기도 그닥 뜨겁지 않았습니다. 더운 여름에 빛을 발하는 장점이죠. CB300R의 가격은 641만원으로 합리적인 수준입니다. 물론 소비자 마음이 참 한결같아서 저렴하면 저렴할수록 좋겠지만요.
이런 장점들 덕분에 저는 CB300R이 입문용, 출퇴근용 바이크로는 매우 좋은 선택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사실 쿼터급 바이크 종류 자체가 얼마 되지 않아서 선택지가 별로 없긴 합니다만.
물론 단점이 없지는 않습니다. 제가 CB300R을 타보면서 느낀 가장 큰 단점은 재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최고 출력이 31마력/8,500rpm, 최대토크는 2.9㎏·m/6,500rpm으로 동급과 비교해도 조금 힘이 딸리는 편입니다. 그래서 타 보면 살짝 경쾌한 듯하면서도 혼다스러운 신중함이 느껴집니다. 예를 들어 KTM 듀크390을 탈 땐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되고픈 마음이 드는데, 혼다 CB300R은 여유 있게 모범운전을 하게 만드는 차랄까요. 지향점이 참 다른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시중 혼다 대리점에 시승차가 잘 없다고 하더군요. 혼다코리아에서는 아주 많은 판매가 기대되는 모델이 아니라 들여오는 물량이 적고, 그래서 대형 딜러들조차 들어오는 족족 팔아버리느라 시승차 운영이 어려운 것 같다고 답변해 왔습니다. 디자인이나 성능이나 참 좋은데, 더 적극적인 마케팅을 기대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별로 궁금하진 않으시겠지만 CB300R로 계곡에 다녀왔습니다. 사실 제가 계곡에 마지막으로 놀러간 게 언제였는지, 과연 성인이 된 후 그런 일이 있었는지 기억도 안 날만큼 오랜만인데 너무너무너무 시원하고 좋더군요. 그래서 요즘엔 주말에 계곡 투어 다니는 재미로 살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번에 묶어서 올리겠습니다. 관심 좀 가져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굽신굽신). 그럼 다음 번 두유바이크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