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특별한 ‘특별출연’이 또 있을까. 김용화 감독과의 인연으로 ‘신과함께’에 특별출연한 이정재는 각종 행사와 인터뷰까지 참여하며 웬만한 주인공보다 바쁜 홍보 일정을 소화했다. 심지어 2부에서는 1부보다 분량도 두 배로 늘어났다. 여러모로 ‘신과함께’는 이정재에게 특별한 작품임이 분명하다.
‘신과함께-죄와 벌’에서 파격적인 스타일의 염라대왕 캐릭터로 ‘염라 언니’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냈던 이정재. 그가 ‘신과함께-인과 연’에서 반전을 선사하는 핵심 인물로 돌아왔다. 특별출연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늘어난 분량에 그 역시 멋쩍은 웃음을 보이며 ‘신과함께’에 참여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시나리오를 보기 전에 초반에 나오는 소방관 역할로 카메오 출연을 해달라고 했다. 알았다고 했더니 며칠 후에 다시 전화가 와서 ‘이왕 카메오 해줄 거면 염라대왕을 해 달라’고 하더라. 분량이 많이 없다고 해놓고 1, 2부 시나리오를 다 보냈다. 모니터 차원으로 읽어달라는 건가 싶어서 봤더니 염라대왕이 2편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더라. 내가 가벼운 마음으로 그냥 가서 연기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었다.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 역할이어서 ‘내가 해도 되겠냐’고 물었는데 해 달라고 극구 부탁을 해서 하게 됐다.”
그렇게 얼떨결에 출연을 결정하고 본격적으로 캐릭터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가슴을 넘기는 장발에 배꼽 아래로 내려오는 수염까지. 후보에 오른 염라대왕의 비주얼은 하나같이 파격 그 자체였다. 하다 하다 이런 캐릭터까지 하는구나 싶다가도 난생 처음 만나보는 독특한 캐릭터에 그는 전에 없던 재미를 느끼기도 했다고.
“별걸 다 하는구나 싶었다. 스태프들이 이미 열두 가지의 버전을 만들어 오셨더라. 그 중에 지금 영화에 나온 두 모습이 최종 후보였다. 둘 중 한 스타일만 하려고 했는데 감독님이 두 가지를 다 마음에 들어 하셨다. 보통 재판 할 때 판사들도 의복을 갖춰 입지 않나. 그런 것처럼 염라대왕도 본인이 재판을 할 때는 머리를 올려서 화관을 쓰고 아닐 때는 머리를 늘어뜨리는 설정으로 했다. 영화에 비친 모습이 신선했으면 했고 관객들의 상상 속 염라대왕과도 비슷하기를 바랐다.”
이정재 특유의 낮고 울림이 있는 목소리는 ‘신과함께’에서 한껏 두드러졌다. 염라대왕의 근엄하고 위화감이 느껴지는 분위기에는 그의 목소리가 제격이다.
“캐릭터 때문에 그런 음색을 내려고 노력했다. 보통 안성에 있는 세트장에서 촬영을 했는데 집에서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 가는 차 안에서 계속 목을 풀었다. 감독님도 그런 톤의 소리를 원하셨고 아마 캐릭터와 적절하지 않았나 생각 한다.”
인기 웹툰의 영화화. 한국 영화 최초의 1, 2부 동시 제작. ‘신과함께’는 그야말로 한국 영화의 한계에 대한 도전이었다. 그 도전을 맨 앞에서 이끌어온 김용화 감독의 부담감은 상당했을 것. 함께 작업에 참여한 배우로서 김용화 감독을 지켜봐 온 이정재는 그가 털어놓은 진심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1부 개봉을 목전에 두고 있었을 때 (감독님이)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고 초긴장 상태였다. 개봉 전에 같이 식사를 했는데 ‘나는 최선을 다 한 것 같다’고 말하더라. 그 얘기를 하는데 갑자기 짠해져서 둘이 밥 먹다 말고 눈물을 흘렸다. (하)정우는 옆에서 재밌다고 사진을 찍더라. 본인이 자기 능력치를 다 했다고 얘기하는 게 너무 진심으로 느껴졌다. ‘흥행은 기대하지 말고 마음 내려놓고 지켜보자’고 했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줄 몰랐다.”
김용화 감독의 진심을 느꼈기에, 2부에 대한 자신감 역시 가득했다.
“비주얼 적으로도 훨씬 세밀해졌고 사운드 디자인이 월등하게 차이가 났다. 음악, 배우들의 대사, 주변 효과음 이런 것들이 굉장히 잘 나뉘어져서 영상을 잘 살려줬다. 영화를 처음 보고 감독님에게 ‘당신의 정성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1400만 명의 관객 분들에게 감사의 의미를 담아 만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