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비무장지대(DMZ) 상호 시범적 감시초소(GP) 철수, DMZ 내 남북 공동유해발굴, 서해 적대행위 중지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국방부가 31일 밝혔다. 다만 공동보도문 채택은 불발돼 향후 혼선의 여지를 남겼다.
김도균 협상단장(국방부 대북정책관·육군 소장)은 47일 만에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장성급 회담 후 브리핑을 열고 “4가지 사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구체적 이행시기 및 방법 등은 전통문 및 실무접촉 등을 통해 계속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추진에 공감하고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JSA에서 양국, 유엔군은 권총 등으로 무장하고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DMZ 내에는 우리 군이 60여개 GP를, 북한은 160여 개를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DMZ에는 국군과 미군 전사자 유해가 각각 1만여 구, 2,000여구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날 공동보도문 채택은 불발돼 앞으로 혼선이 있을 수 있다. 실제 북측 안익산 단장(육군 중장)은 “합의와 견해 일치(라고 하면) 약간은 위험할 수가 있다”며 “우리는 일부 측면에서 견해 일치를 보았다고 표현하면 좋겠다. 정식으로 합의서를 만들 때 (합의했다고 표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우리는 9월 12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서울안보대화’에 북측 대표단 파견을 요청하는 국방부차관 초청장을 전달했고 북한은 상부에 보고 후 참석 여부를 알려주기로 했다.
한편 회담에서 북한은 우리가 미국 의견에 신경을 쓰는 것을 에둘러 지적하고 종전선언을 거론하기도 했다. 안 수석은 “옛날 말로 김맬 때 ‘주인이 아흔아홉 몫을 낸다’고 하고 서양 속담에도 ‘주인 눈 두 개가 하인 손 1,000개를 대신한다’고 한다”며 “우리가 주인의 자세가 될 입장에서 마음가짐을 단단히 가지자”고 말했다. 2000년,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은 ‘우리 민족끼리’라는 단어와 함께 우리에게 미국의 눈치를 보지 말고 주도적인 자세를 취할 것을 요구해왔다. 안 단장의 발언도 우리의 자세 변화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방부 공동취재단·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