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파이낸셜포커스] 계좌 막히고 中에 고객 뺏기고…암호화폐 거래소 '고사' 위기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 도입 6개월>

빗썸, 해킹 악재에 계좌발급 막혀

글로벌점유율 하루새 0.5%P 하락

수수료 싼 中거래소로 유입 늘며

자금세탁방지·투자자보호 '공염불'

0215A11 빗썸



금융당국이 암호화폐 투기 열풍을 막기 위해 특단의 카드로 도입한 ‘거래 실명제’가 국내 1위 거래소인 빗썸마저 휘청이게 할 정도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계좌를 받아야 하는데 은행들이 해킹이나 자금세탁 우려 등에 노출된 거래소에 쉽사리 실명확인 계좌를 내주지 않으면서 신규 투자 유입이 사실상 차단되고 있다.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하다 보니 투자자들도 상대적으로 허술한 국내 진출 중국 암호화폐 거래소로 몰리면서 토종 거래소의 씨가 마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암호화폐 1위 거래소인 빗썸이 신규 고객 대상 실명 계좌 발급 중단을 공지한 지 하루 만에 이탈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빗썸에 실명 계좌를 발급해주던 농협은행은 소비자보호·정보보호 등 개선조치가 미흡하다며 한 달간 재계약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 6월 빗썸이 350억원 규모의 암호화폐 해킹사고를 당한 게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는 투명한 암호화폐 거래를 보장하도록 거래소가 은행을 통해 실명 계좌를 발급받도록 한 것으로 은행과 6개월마다 계약을 연장해야 한다. 실명확인 없이는 암호화폐 거래소로 신규 자금을 보내 원하는 암호화폐를 살 방법이 없다. 거래소 간 암호화폐를 옮겨 더 나은 시스템에서 매매를 할 수는 있어도 신규 투자는 어렵다.


실제 신규 회원이 줄면서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의 전 세계 시장점유율(MS)이 하락했다. 암호화폐 정보제공 사이트인 코인힐스에 따르면 빗썸의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달 31일 오후 기준 2.75%로, 1일 오후1시 기준 2.24%로 떨어졌다. 빗썸은 올해 4월까지만 해도 전 세계 점유율이 10%에 육박하는 9.7%였지만 이후 급속히 위축됐다. 한때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던 업비트도 신규 회원을 대상으로 실명 계좌를 터주지 못하면서 점유율이 고꾸라졌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투자자가 들어오지 않으면서 고인 물이 된 지 오래됐다는 자조마저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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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암호화폐 거래소가 이처럼 맥을 추지 못하자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 거래소들이 국내에 진출해 이삭줍기하듯 투자자를 빨아들이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은행 계좌를 통해 간편하고 안전하게 입출금할 필요가 없다면 굳이 국내 거래소를 쓸 이유가 없다”면서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저렴한 중국의 거래소를 찾는 투자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암호화폐 투기를 잡으려다 정작 투기는 못 잡고 중국 거래소의 배만 불리게 되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세계 2위 거래소인 오케이코인은 올해 초 국내에 진출해 국내 투자자를 빨아들이며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를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오케이코인코리아는 거래 수수료가 0.04%로 0.05~0.15% 수준의 국내 거래소보다 낮은 수준이다. 일부에서는 국내 진출 중국 거래소의 거래량을 합치면 국내 선두권인 코인원이나 코빗을 제쳤다는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국내 투자자들이 중국 거래소로 급속하게 유입될 경우 암호화폐 거래의 투명성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해외 여러 국가에 거점을 두고 있는 만큼 자산의 이동이 자유로워 자금세탁방지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서다. 오케이코인코리아 측은 “예치금 별도 분리나 보안 등과 관련한 한국블록체인협회의 1차 자율규제 심사를 통과했다”며 투자자 보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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