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넘어서는 등 기록적인 무더위가 이어지며 어린이와 고령층, 평소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건강이 걱정되는 요즘이다. 특히 기온이 너무 오르면 복용하는 의약품이 변질되거나 녹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현재 유통되고 있는 의약품의 대부분은 상온(15~25℃) 또는 실온(1~30℃)에서 보관하도록 돼 있다. 약사회는 기온이 35도를 오르내리고 차내 온도 등이 70도까지 치솟는 요즘 부작용이 없는 약 복용을 위해서는 제대로 보관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스피린·피부 연고 고온에서 변질 우려…호르몬 등은 고온에서 효능 낮아져=2일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심혈관계에 이상이 있는 환자가 혈전 생성 억제를 위해 흔히 복용하는 소염진통제 아스피린의 경우 고온에 보관할 경우 부서지거나 분해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해외 한 연구에 따르면 아스피린을 50도에 보관할 경우 20도에 보관한 아스피린에 비해 충격을 줬을 때 분해·파손되는 정도가 컸다. 반면 습도의 경우 크게 문제가 안됐다.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서늘한 실내가 아스피린 보관을 위한 최적의 장소인 셈이다.
피부에 바르는 연고 등은 온도뿐 아니라 햇빛과 습도에도 민감한 경향을 보인다. 무좀, 지루성 피부염 등에 사용되는 케토코나졸 크림(니조랄 등)의 경우 빛과 습기에 민감하고 라미실 크림은 빛에 민감하므로 보관시 주의해야 한다. 보관법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 없는 연고 등은 상온에서 보관하는 것이 원칙이며 연고 곽에 덜어주는 연고류는 30일 이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루약은 일반 정제약보다 보관 가능 기간이 짧다. 특히 습기에 약하니 주의해야 한다. 만약 색이 변하거나 덩어리로 굳어졌다면 바로 버리길 권한다. 시럽 제제의 경우 온도에 따른 안전성이 약마다 다르므로 별도로 날짜를 기록해 보관하는 편이 좋다. 미국 약전은 특별히 지정된 유효기간이 없는 시럽제제(물을 함유한 내복약)는 서늘한 온도에서 보관을 시작한 후 14일 이내 복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인슐린이나 성장호르몬 주사제, 갑상선 호르몬 주사제 등은 잘못 보관할 경우 효능이 떨어질 수 있어 특히 주의해야 한다. 인슐린 주사제는 30도 이상 고온에 방치되서는 안되며 저온 보관시에는 냉매에 직접 닿지 않거나 얼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용액으로 만들어진 성장호르몬제는 2~8도에서 얼지 않도록 냉장 보관해야 하며 빛이 닿지 않아야 한다. 사용 전 주사용 증류수 등과 혼합해 사용하는 동결건조 분말 제제는 혼합 후에는 차광 보관해야 하며 약 14일 정도가 유효 기간이다. 갑상선 호르몬제 역시 열이나 습도, 햇빛에 의한 변질 가능성이 크므로 차광한 기밀용기에 실온(1~30도) 보관해야 한다.
◇건조한 실온 보관이 원칙... 냉장고 활용하려면 지퍼백으로 습기 막아야=약사들은 대체로 의약품 보관을 위한 최적의 장소로 ‘햇빛이 없고 서늘한 곳’을 권하지만 무조건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예컨대 시럽 약의 경우 냉장고에 보관할 경우 층 분리가 일어나 약의 효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 밖의 밀봉된 정제나 캡슐 등 역시 일부 냉장 보관을 권하는 제품을 제외하고는 습기와 직사광선을 피해 실온의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원칙이다.
단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 적절한 보관장소를 찾지 못해 냉장고를 활용하고 싶다면 지퍼백에 넣어 음식물이나 음식물 습기에 노출되지 않게 구분하는 것이 좋다. 때로 약국에서 호일 포장에 든 약을 별도로 주는 경우가 있는데, 습기나 햇빛에 민감한 경향이 높으므로 개봉해 다른 약병에 옮겨 담거나 하기보다는 포장 그대로 보관하길 권한다.
도움=대한약사회 환자안전약물관리본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