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단물만 쏙...글로벌제약사, 껍데기만 남기나

稅혜택 받고 인건비 상승 내세워

한국얀센 "3년내 항남공장 철수"

바이엘코리아·한국MSD 등 이어

생산공장 20년새 16곳 문닫는꼴

매출 수천억인데 사회적 책임 외면

한국, 판매기지 전락 우려 현실화

0315A16 글로벌 제약 수정1



글로벌 제약사가 잇따라 국내에서 가동하던 생산공장의 철수를 결정하면서 한국이 글로벌 제약사의 ‘의약품 판매기지’ 신세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매년 수천억원의 매출을 국내에서 거두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인건비 상승 등을 내세워 잇따라 국내 생산시스템에서 손을 떼는 것은 수익만 극대화하고 책임은 외면하는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존슨앤드존슨의 전문의약품 계열사 한국얀센은 지난 1983년 경기도 화성시에 설립한 향남공장의 가동을 오는 2021년까지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공식적인 가동 중단은 2021년이지만 업계에서는 내년 중으로 국내 제약사가 향남공장을 인수할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본다. 한국얀센 관계자는 “글로벌 본사의 지침에 따라 앞으로 3년 동안만 향남공장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얀센은 앞으로도 한국 제약시장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5월에는 바이엘코리아가 경기도 안성시의 조영제 생산공장의 가동을 전격 중단하겠다고 밝히고 국내 생산공장 철수에 돌입했다. 1967년 문을 연 바이엘코리아 안성공장은 지난 2006년 바이엘 본사가 조영제 전문기업 세링을 인수하면서 계열사에 편입됐다. 당초 올 6월 공장 가동을 중지할 예정이었지만 인수 대상을 찾지 못하면서 올 연말로 기한이 연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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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사의 국내 생산 공장 철수는 1999년 바이엘코리아의 남양주공장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국노바티스가 2002년 안산공장을 폐쇄했고 2005년에는 한국릴리도 화성공장의 문을 닫았다. 이어 한국화이자(2006년), 한국로슈(2008년), 한국베링거잉겔하임(2009년), 한국MSD(2009년) 등 주요 글로벌 제약사가 국내 생산공장을 닫고 동남아시아나 중국 등 해외로 이전했다. 바이엘코리아와 한국얀센을 포함하면 20년 새 글로벌 제약사의 국내 생산공장 16곳이 문을 닫는다. 공식적으로 철수 계획을 밝히지 않은 곳은 3곳(한국존슨앤드존슨·얀센백신·한국오츠카제약)에 불과하다.

국내 제약업계는 공장 건립을 통해 정부로부터 막대한 세제혜택과 금융지원을 받은 글로벌 제약사의 국내 생산공장 철수를 놓고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매년 한국에서 수천억원의 매출과 배당금을 챙기면서 인건비 증가 등에 따라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국내에서 제조시설을 없애는 것은 국내 제약시장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당초 명분과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발표한 35개 글로벌 제약사의 한국법인(11월 결산법인 포함) 매출은 모두 5조6,460억원이었다. 매출은 전년보다 2.9%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129.3%가 뛰었다. 업계에서는 감사보고서를 공개할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까지 포함하면 글로벌 제약사의 한국법인이 지난해 올린 매출이 7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한다.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의 사회공헌활동 금액은 259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0.48%에 그쳤다. 국내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국내에 생산공장을 설립했던 글로벌 제약사는 국내 전체 의약품시장 매출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승승장구를 이어가고 있다”며 “법인세 감면 등으로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으면서 생산공장을 철수하면 결국 국내 의약품 시장은 글로벌 제약사의 단순 판매기지로 위상이 추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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